why

김형석의 100세 일기(힘들어도 오래 일해야겠다)

빠꼼임 2020. 1. 21. 08:24

김형석의 100세 일기

[Why] 힘들어도 오래 일해야겠다

조선일보
  •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김형석의 100세 일기]

[김형석의 100세 일기]
아침부터 서둘렀다.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강연 요청을 받아 제주행 비행기를 타야 했기 때문이다. 주최 측에서 여러모로 배려해 주었으나 내 나이에 먼 길을 다녀오는 일이 조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탑승권을 받아보았다. 지금까지 내가 대한항공을 926회 이용한 것으로 되어 있었다. 다른 비행기들도 많이 탔으니 무척 많은 여행을 한 셈이다. 강연 요청으로 간 것이 80%를 차지하지 않을까 싶다.

강연을 많이 하는 편이기 때문에 크게 긴장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강연을 끝낼 때까지는 여러 가지를 조심하게 된다. 컨디션 조절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강연 전에는 30분쯤 혼자 휴식을 해야 한다. 성량도 조절해야 한다. 나이 때문이다. 요사이는 30분까지는 서서 강연하지만 그 이상이 될 때에는 앉아서 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날 강연에 온 청중은 다양했다. 30대 후반부터 70대 중반까지 중소기업의 사장들이고, 아내를 동반한 경우도 있었다. 주최 측에서는 600명이 넘을 것이라고 했다. 강연을 시작하면서 보니까, 연단은 전등 빛이 강한데 청중석은 컴컴한 편이었다. 연극 무대 같은 인상이었다. 강연하는 사람은 청중의 반응과 표정을 보아야 하는데 여기서는 그러질 못했다.

나는 연령의 차이, 여성들의 기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 상황을 고려하면서 쉽지 않은 강연을 끝냈다. 일어서서 인사를 하려고 했는데 그 많은 청중이 일제히 기립해 박수를 쳐주었다. 그때서야 청중이 예상보다 많았고 열성적으로 경청해 주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시 한 번 인사를 했더니 함성이 터져 나왔다. 강당 밖 복도를 걸으면서 주최 측 사람에게 "100세가 된 강사니까 감사와 수고의 표시겠지요"라고 말했다. 그 사람은 "아닙니다. 저도 말씀을 듣다가 눈물을 닦았는데 옆 사람들도 여럿이 눈가를 훔치고 있었습니다"라며 감사했다.

강연을 끝낸 이튿날은 인사를 많이 받았다. 가장 많은 얘기는 60대 후반이나 70대 중반 사람들이, 인생을 다시 출발해서 90까지는 일을 해야겠다는 다짐이었다. 50대 후반의 한 부부는 "사업은 힘들고 세금도 과도하게 나와서 이젠 접어야 하나 걱정하고 있었는데, 어제 말씀을 듣고 보니 용기가 생겼고 빚을 내서라도 세금 정당하게 내고 더 열심히 일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많은 수는 아니지만 회사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면 그것이 주어진 인생의 사명이고 나라를 위하는 길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라는 인사도 받았다.

는 방에 올라와 혼자 생각해 보았다. 저분들이 정치인이나 고위 공무원들보다 애국자들인데, 정책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그런 경험도 해보지 않고 규제에 복종하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 같다. 기업인들이 한국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사실을, 정책 입안자들은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100세의 나이에도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어 삶의 보람을 느낀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7/20/201807200161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