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음력설
▶영국 박물관이 올 음력설을 앞두고 박물관에서 열리는 한국 공연단의 설맞이 축하 공연 소식을 트위터로 전했다. 그런데 ‘Korean Lunar New Year(한국 음력설)’ ‘Seollal(설날)’이라고 썼다가 중국 네티즌들의 비난이 폭주하자 게시물을 삭제했다고 한다. 대신 토끼를 품에 안은 중국 여성 그림을 올리며 ‘Chinese New Year(중국 새해)’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영국 박물관은 언론에 밝힌 입장문에서 ‘세계적으로 중국 새해를 기념한다’고 해명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화교가 많이 진출한 유럽과 미국 지역 사회 등에선 이날을 ‘중국 새해’라고 부르며 축하 행사를 연다. 역사적으로도 지금의 음력 새해 첫날 기준은 청나라 때인 1644년 반포된 시헌력(時憲曆)이다. 중국뿐 아니라 한국과 동남아 대부분 국가의 설날 날짜가 시헌력을 따라 정해진다.
▶영국 박물관의 음력설 해프닝을 보면서 ‘우리가 언제까지 중국식 새해를 쇠어야 하나’ 묻게 된다. 일본은 19세기 말 메이지유신 이후 태양력을 도입하고 음력설을 없앴다. 우리도 1896년부터 태양력을 썼다. 그런데 1985년 음력설이 ‘민속의 날’이란 이름으로 부활하고 이후 사흘짜리 법정 공휴일로 정해지며 옛날로 돌아갔다. 기념일은 시대의 생활상을 반영하기 마련이고, 지금 모든 국가 운영과 개인의 삶은 태양력을 따라 돌아가고 있다. 설뿐 아니라 추석도 시대 변화에 맞추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 언제까지 해마다 두 번씩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인사하며 어색해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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