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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방류때 한국인의 방사선 피폭량은 ‘X-레이 1000만분의 1′

빠꼼임 2023. 6. 2. 07:14

후쿠시마 방류때 한국인의 방사선 피폭량은 ‘X-레이 1000만분의 1′

[논설실의 뉴스 읽기] 원자력연구원 위해도 평가

입력 2023.06.02. 03:00업데이트 2023.06.02. 06:59
 
 
 
후쿠시마 원전 부지를 가득 메우고 있는 오염수 저장 탱크들. 오염수가 1073개 저장 탱크의 97%까지 채우고 있다. 총량은 133만㎥에 달한다. 도쿄전력은 국제원자력기구의 검증 결과가 발표되는대로 오염수를 재처리해 해양 방류한다는 방침이다. / 교도 연합뉴스

2021년 6월 한국원자력연구원 징계위원회가 소속 연구원 H 박사를 징계한 일로 한때 소동이 빚어졌다. 부서장 승인 없이 보고서를 작성했고, 그 내용이 정부 입장과 배치되는데도 보고서를 유출했다는 이유로 취해진 징계였다. 징계위는 견책 처분을 내렸는데 H 박사가 장관 표창을 받은 일이 있어 경고로 경감됐다.

문제의 보고서 제목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 처리수의 처분으로 인한 우리 국민의 방사선 영향’이었다. H 박사 등 원자력연구원 연구팀이 2020년 8월 작성했다. 연구원 K 박사가 2020년 9월 과학 저널 Nuclear Engineering and Technology에 핵심 내용을 발표했다. 그런데 원자력학회는 일본 정부의 ‘해양 방류 방침’ 공식 확정(2021년 4월 13일) 직후인 2021년 4월 26일 방류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면서 보고서를 홈페이지에 함께 올렸다.

그 보고서를 구해 읽어봤다. 원자력연구원 연구팀은 일본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오염수를 처리해 방류할 경우 우리 국민에게 끼칠 영향을 가급적 최대로 계산되도록 가정에 가정을 거듭했다. 그랬어도 ‘연간 0.0000000035mSv’라는 답이 나왔다. 이 피폭량은 한국인이 마시는 물, 먹는 음식, 숨 쉬는 공기, 접촉하는 흙·바위 등을 통해 자연적으로 받는 피폭량(연 4.2mSv)의 대략 10억분의 1에 해당한다. 흉부 X레이를 한 차례 찍을 때의 피폭량(0.05mSv)과 비교하면 1000만분의 1 정도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가 정한 일반인의 연간 피폭선량 한도치(1mSv) 기준으로는 3억분의 1 수준이다.

보고서가 작성된 시기의 문재인 정부 공식 견해는 2019년 9월 국제원자력기구(IAEA) 총회에서 문미옥 당시 과학기술부 차관이 발언했던 “해양 방류로 결정될 경우 전 지구적 해양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 국제 이슈”라는 것이다. 보고서는 그 같은 정부 입장과 충돌한다는 것이다. 연구 내용은 2020년 9월 과학 저널에 실렸다가 저자의 요구로 석연치 않게 철회되기도 했다. 논문 저자 K 박사는 당시 “원자력연구원이 입을 수 있는 피해를 우려했다”고 주변에 밝혔다고 한다. K 박사는 통화에서 “과학적·기술적 오류는 없었다”고 했다.

후쿠시마 원전 부지에는 현재 저장 탱크 1073개에 오염수 133만㎥가 보관돼 있다. 오염수는 1차로 흡착탑을 이용해 세슘과 스트론튬 등의 방사성 핵종들을 걸러내게 된다. 이어 알프스(ALPS)라는 다핵종 제거 설비로 정화 처리한 후 저장 탱크에 담아두고 있다. 다만 2013년 알프스 장비 가동 이전 발생한 오염수, 초기에 성능이 떨어지는 알프스 장비로 처리한 오염수, 알프스 여과 장치에 고장이 난 기간 처리된 오염수 등에는 걸러지지 않은 세슘, 스트론튬, 요오드 등의 방사성 핵종들이 들어 있다. 도쿄전력은 저장 탱크 오염 처리수의 70%는 기준치를 초과한 상태라고 밝히고 있다.

방사성 핵종 가운데 삼중수소는 물을 구성하는 원소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어서 물리적으로 걸러내거나 화학적으로 분리해 낼 수 없다. 따라서 저장 탱크의 오염수는 삼중수소를 그대로 포함하고 있다. 그 평균 농도는 L당 62만베크렐(1베크렐은 초당 한 번 방사능 붕괴로 한 개의 방사선을 뿜어낸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도쿄전력은 바닷물로 희석해 L당 1500베크렐 아래로 농도를 떨어뜨린 후 방류할 방침이라고 한다. 일본의 방류 기준치 6만베크렐의 40분의 1까지 낮추겠다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삼중수소의 음용수 기준치는 L당 1만베크렐이다. 도쿄전력은 삼중수소 이외의 세슘, 스트론튬 등 방사성 핵종의 경우 기준치를 만족시킬 때까지 2차, 3차 알프스 처리를 계속해 방류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원자력연구원 보고서는 후쿠시마 저장 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를 추가 정화 없이 현재 상태대로 방류하는 것으로 가정하고 위해도를 계산했다. 또 일본 정부는 오염 처리수를 30년 동안 나눠 방류하겠다고 했지만 연구팀은 1년간 모두 방류하는 상황을 가정했다. 삼중수소의 경우 반감기가 12.3년이어서 10년, 20년 시간이 흐를수록 방사능 총량은 줄어들지만 그걸 감안하지 않고 계산한 것이다.

15 초 후 SKIP

연구팀은 유엔 방사선영향과학위원회(UNSCEAR)의 해양 확산 모델(구획 모델)을 활용해 표층 해수의 방사능 농도를 원전 부지에서 10㎞까지의 ‘근해’와 10~1000㎞의 ‘원해’로 나눠 평가했다. 삼중수소의 경우 근해 바닷물의 평가 농도는 L당 43베크렐, 원해 농도는 0.00081베크렐이었다. 후쿠시마 근해에서 잡은 어류의 경우 한국 정부의 수입 금지 조치로 국내 반입이 되지 않는다. 연구팀은 원양 어업 어획·수입량을 모두 ‘후쿠시마 원해 물고기’로 가정했다. 한국인의 어류 섭취량은 연간 23㎏인데, 이 가운데 원양 어업으로 잡아 소비하는 양은 13% 정도다. 이것들이 몸속에 들어갔을 때의 피폭량이 ‘연간 0.0000000035mSv’였다. 삼중수소뿐 아니라 스트론튬, 방사성탄소, 세슘 등 핵종을 모두 따져 더한 값이다. 핵종 가운데 스트론튬-90과 방사성탄소의 비율이 컸다. 삼중수소는 총피폭량의 1%를 좀 넘는 수준이었다.

연구팀은 보고서에서 ‘해양 방류’만 아니라 ‘수증기 대기 방출’ 방식의 처분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오염수, 오염 처리수의 처분에는 해양 방류 외에 수증기 방출, 심지층 주입, 지하 매립, 수소 방출 등 5가지 방식이 있는데 이 중 해양 방류와 수증기 방출이 유력하다고 판단했다. 수증기 방출이란 오염수를 보일러로 끓여 수증기화한 다음 외부 공기를 불어넣어 희석해 굴뚝을 거쳐 대기로 방출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후쿠시마 풍향의 30%가 한국 쪽을 향한다고 보고 평가했다. 그 결과 식품 섭취, 공기 흡입 등의 경로로 우리 국민이 받을 수 있는 피폭선량은 해양 방류의 2만배 수준인 연간 0.000065mSv로 평가됐다.

원자력연구원 연구팀은 후쿠시마 방류로 우리 국민이 받게 될 방사선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렇지만 일본의 방류 과정에 대한 국제 검증 체계와 절차가 지켜져야 하며, 방류 직전 신뢰할 만한 방법으로 방사능 세기를 측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방류의 전 과정은 국제기구와 이해 당사국에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중수소는 문제 안 된다

후쿠시마 오염수, 오염 처리수에 들어 있는 방사성 핵종은 다핵종 제거 설비로 정화 처리할 수 없는 삼중수소와 처리 가능한 세슘, 스트론튬 등 기타 핵종의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중 삼중수소는 문제 삼기 힘들다. 삼중수소는 방사선 가운데 가장 약한 베타 입자를 낸다. 베타 입자는 피부를 뚫지 못하며 인체 위해도로 따지면 칼륨-40의 1000분의 1, 폴로늄-210의 40만분의 1이라는 것이다(이재기 방사선안전문화연구소장).

무엇보다 국내 원전도 지난해 삼중수소 213조베크렐을 바다에 방류했다. 후쿠시마 원전 보관 오염수의 삼중수소(780조베크렐)는 지구 자연 속 총량의 70만분의 1, 연간 자연적 생성량의 100분의 1 정도다. 이걸 매년 22조베크렐씩 30년 동안 배출한다는 것이 일본 정부 계획이다. 프랑스 라아그 재처리 설비는 2015년 무려 1경3700조를 배출했다. 후쿠시마 연간 방류 예정량의 무려 623배만큼이었다. 그랬어도 유럽에서 별 쟁점이 되지 않았다.

문제는 알프스로 걸러내겠다는 세슘, 스트론튬 등 기타 핵종이다. 전문가들은 세슘의 경우 2011년 원전 사고 때 유출량이 현재 저장 탱크 보관량의 3만배 이상인 것으로 평가한다. 그랬어도 2011년 이후 지금까지 우리 해역의 바닷물과 수산물에서 이상을 확인할 수 없었다. 따라서 향후 방류도 전혀 걱정할 필요 없다는 것이다. 다만 국민 안심 차원에서 과연 알프스 장비로 방사성 핵종들을 충분히 정화 처리할 수 있는지, 알프스의 성능이 수십 년 유지될 것인지가 중요하다. 따라서 2차, 3차 정화를 거친 다음 방류하기 직전의 처리수가 기준치를 만족하는지를 검증하는 모니터링이 확실해야 한다. 기준치를 벗어날 경우 즉각 방류를 중단해 문제를 해결하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