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료

추분

빠꼼임 2024. 9. 24. 07:00

[윤희영의 News English] 하룻밤 새 가을 데려온 추분

 
일러스트=최정진

춘분은 봄의 첫날, 추분은 가을의 첫날로 친다. 춘분은 spring(vernal) equinox, 추분은 autumnal(autumn/fall) equinox라고 한다. 여기서 equinox는 낮·밤의 길이가 같다는 뜻의 라틴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equi는 equal, nox는 night를 의미한다. 밤·낮 길이가 각각 가장 긴 동지(冬至· winter solstice)와 하지(夏至· summer solstice)의 중간이다.

올해 추분은 그저께(the day before yesterday) 9월 22일로, 폭염·열대야 기록 경신을 잠재우고(put an end to the record-breaking heat wave and tropical nights) 단 하룻밤 사이에 천지 기운을 뒤집어 24절기의 가차없는 엄연함(merciless severity)을 깨우쳤다.

적도(equator) 이북 북반구(northern hemisphere)의 추분은 어느 나라에서나 22일 같은 날짜였다. 표준시간대(time zone)에 따라 시작 시간만 달랐다. 지난해 추분은 9월 23일, 올해부터 향후 몇 년간은 계속 22일이다. 21일인 경우는 서기 1000년과 1931년에 있었을 뿐이고, 다음 21일 추분은 2092년에 올 예정이다. 24일 추분은 지금으로선 애써 기대하지(hold your breath for it) 않는 편이 낫겠다. 2303년에나 온단다. 이처럼 추분 날짜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revolve around the sun) 데 걸리는 시간이 정확하게는 365일 6시간 9분으로 달력보다 조금 더 길기 때문이다.

추분이 되면 지구가 공전 궤도에서 태양으로부터 멀어지기(move away from the sun in its orbit) 시작해 낮은 짧아지고 날씨는 차가워진다. 이런 천문 현상(astronomical phenomenon)은 사람의 생물학적 주기 리듬(biological circadian rhythm), 즉 인체 시계(internal body clock)에도 변화를 가져와 신체적·정신적으로 건강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have a significant impact on physical and psychological health).

가을에 물드는 나뭇잎 단풍은 autumn(fall) foliage 또는 autumn colors(leaves)라고 하고, 낙엽은 fallen(dead) leaves라고 한다. 단풍 구경은 leaf peeping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peep은 ‘살짝 보다’ ‘엿보다’라는 뜻이다.

 

가을을 뜻하는 fall은 주로 미국, autumn은 영국 쪽에서 쓰인다. 예전에 이 코너에서 소개한 바 있듯이, 두 단어 모두 영국에서 생겨났다가 미국의 독립으로 갈라서게 됐다. autumn은 1300년대, fall은 1500년대에 등장했는데, 1600년대 말 이후 fall이 점차 autumn에 밀리다가 미국으로 ‘반강제 이민’을 가게 됐다. 하지만 1800년대 후반엔 마침내 autumn을 밀어내고 미국의 가을을 장악하면서 ‘아메리칸 드림’을 이뤘다.

“겨울이 동판화(etching), 봄은 수채화(watercolor), 여름은 유화(油畵ㆍoil painting)라면, 가을은 그 모든 것의 모자이크(mosaic of them all)다.” “인생은 가을 같다(be like an autumn). 짧으면서도 형형색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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