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2020 우리 시대 최악의 해

빠꼼임 2020. 12. 31. 11:36

[만물상] 2020 우리 시대 최악의 해

김태훈 논설위원

입력 2020.12.31 03:18

 

‘올해는 한 살 더 먹지 않겠다. 한 게 없으니까.’ 최근 소셜미디어에 돌고 있는 영어 카툰이다. ‘한 게 없는' 게 아니라 ‘살지도 않은' 것 같다. 여행은커녕 극장 한번 못 가고 한 해를 보낸다. 그래도 다시 생각해보니 아무 일 없이 지나간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 것 같다. ‘전쟁만 안 터져도 최악의 해는 아니다’라고 하는데, 올 한 해 코로나 팬데믹은 전쟁 못지않은 위력으로 우리의 일상을 파괴했다.

▶세계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가장 많이 쏟아지는 미국의 희생자 규모가 이미 2차 세계대전 미군 전사자 29만1500명을 넘어섰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들어서며 매일 3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자 “하루하루가 9·11 같다”는 말이 나온다. 전쟁 같은 지금의 삶은 잊고 있던 평범한 일상의 가치를 돌아보게 했다. 국내 인공지능 빅데이터 업체가 일상에서 가장 가고 싶은 곳을 물었더니 놀랍게도 ‘학교'가 1위였다. 철없는 아이들조차 “학교 가기 싫다”는 투정을 하지 않는다. 같은 업체가 어디를 여행하고 싶냐고 물었다. 바다가 1위인 건 이해하겠는데, 해외와 제주도를 누르고 ‘서울'이 2위에 올랐다. 시골서 서울 구경하고 싶어하던 시절로 되돌아간 건가.

 

▶코로나는 청년층에게서 삶의 기쁨과 미래에 대한 기대를 앗아갔다. 비대면과 마스크는 청춘 남녀가 만나 인연을 맺을 기회도 안 준다. 올해 3~9월 혼인 건수가 12% 감소했다. 아이도 낳지 않는다. 집값 폭등으로 젊은 층은 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받고 집을 사야 했다. 전세 대란으로 서민들은 울었고, 집 한 채에 살고 있는데 갑자기 세금 올리고 건보료 올려 은퇴자들은 분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