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자 선생과 수세미
[아무튼, 주말] 이미자 선생과 수세미
[아무튼, 줌마]

이미자 선생을 만난 건 지난 6월입니다. 올해 81세인 선생은 가수로서 꼭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다고 했습니다. 6·25참전용사,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 월남전 용사, 그리고 연평해전과 천안함 장병 등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주춧돌이 된 ‘숨은 영웅’들을 위해 기부 콘서트를 하고 싶다고 했지요. 한국전쟁 70주년이던 2020년에 했으면 좋았겠지만 코로나 사태로 모든 게 중단돼 망설이다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보고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답니다.
그 결실이 지난 1일 TV조선 개국 기념으로 마련된 ‘이미자 특별감사콘서트’입니다. 생존해 있는 국내외 숨은 영웅들을 객석 맨 앞자리에 모신 뒤 ‘동백아가씨’ 등 자신의 히트곡은 물론 ‘전선야곡’ 같은 진중가요를 열창해 감동을 주었지요. 목함지뢰로 다리를 잃은 하재헌 중사를 비롯해 중간중간 ‘영웅’들의 인터뷰가 나올 땐 객석이 눈물바다를 이루더군요. 그들의 소망은 단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를 기억해 달라. 아팠던 역사를 잊지 말아 달라.”
이미자 선생 역시 나라 위해 목숨 바쳐 싸우고 일한 분들이 그저 잊혀지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했습니다. 콘서트 역시,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어려운 삶을 이어가는 그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성금을 모으는 형태로 진행됐지요. 이 선생 자신은 출연료를 기부한 것에 더해 코로나 기간 집에서 손수 뜬 수세미 2000여 개를 콘서트장에서 판매해 기부금에 보탰습니다.
“독일에 가서 파독 광부들을 만났는데요. 지하 탄광 저 밑 갱도에 카세트를 붙여 놓고 ‘동백아가씨’를 들으며 석탄을 캤다는 얘길 듣고 엄청 울었어요. 저희 어머니 아버지 세대들이 그렇게 고생해서 일군 나라인데 후손들이 그걸 잘 몰라요. 그래서 제가 힘이 다하기 전에, 꼭 감사의 노래를 불러드리고 싶었어요.”
콘서트가 얼마나 감동적이었는지, 매주 재방송을 기다리고 있다는 분들 많더라고요. 마지막 소원이라고 했지만 목소리며 자태가 여전히 정정하고 고우시니 내년, 후년에도 이미자 콘서트를 보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이번 주 ‘뉴스레터’엔 자기 관리 깐깐하기로 소문난 가수 이미자와의 첫 인터뷰 기사를 비롯해 ‘미스터트롯’ 등 대중문화계를 강타했던 트로트 열풍에 대한 선생의 생각 등 후일담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아래 QR코드에 스마트폰 카메라를 갖다 대거나, 인터넷 주소창에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45743을 넣으면 뉴스레터 구독 창이 열립니다. 거기에 ‘이메일 주소’와 ‘존함’을 적고 ‘구독하기’를 누르면 이메일로 뉴스레터가 날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