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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벽 단상 (김윤덕 주말뉴스부장)

빠꼼임 2023. 1. 7. 08:06

[아무튼, 주말] 빙벽 단상

[아무튼, 줌마]

입력 2023.01.07 03:00
 
김윤덕 주말뉴스부장

세밑, 강원도 원주로 짧은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산이 깊어 눈이 녹지 않은 설산(雪山)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시원하고 머리가 맑아지더군요. 우연히 만난 빙벽의 감동은 더욱 컸습니다. 박근희 기자가 지난해 가을 원주 여행 기사에 소개한 절벽 카페 ‘스톤크랙’에서 차나 한 잔 마시려 찾아간 것인데, 카페 앞 절벽이 뜻밖의 빙벽이 되어 장관을 이룬 것입니다.

 

평소엔 암벽 등반가들이 절벽을 타고 오르는 모양인데, 한파가 몰아닥친 올겨울엔 새하얀 얼음벽으로 변신해 모험심을 자극한 것이지요. 뭉게구름이 그대로 얼어버린 듯한 절벽에 밧줄을 걸고 망치로 얼음을 깨며 한 발 한 발 딛고 올라가는 클라이머들의 모습이 아찔하고도 근사해 보였습니다.

 

커피 한 잔씩 들고 빙벽을 구경하는 사람들은 신기함 반, 부러움 반에 이런저런 말들을 쏟아냈지요. “차 타고 가면 3분 만에 닿을 곳을 고생 고생 올라가는 이유가 뭘까?” “아래만 내려다봐도 다리가 후덜덜이구만” “떨어지면 그대로 땡이여”…. 저는 그저 ‘얼멍’하는 것만으로도 잡생각이 씻겨나가더군요.

 

‘뮤지엄 산’에도 아주 오랜만에 찾아갔습니다. 입장료가 비싸 선뜻 가기 어려운 곳인데, 겨울에 느껴보는 안도 다다오의 건축미도 남다를 것 같아 ‘거금’을 주고 들어갔지요. 종이 전시, 젊은 작가들의 판화 전시, 유명 작가 소장품 전시 등 볼거리도 많았지만, 안도의 공간을 그저 걷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었습니다. 화장기 없는 무채색 노출 콘크리트가 주는 검박함, 당당함이랄까요. 미로처럼 이어진 복도를 걸을 땐 미술관이 아니라 어느 예배당에 온 듯 경건함마저 느껴졌지요. 테라스에 쌓인 흰 눈을 뽀드득뽀드득 밟으며 따끈한 커피를 마시니 무한대로 행복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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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산책자 생리학>이란 책에서 읽은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말하지 않기 위해 나는 산책한다.’ 진정한 산책이란 머릿속이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에서 생각들이 어떤 저항이나 장애를 받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두는 것이라고 했던가요. 이래저래 본전을 건진 산책입니다.

새해 첫 뉴스레터엔 도전과 탐험 정신의 화신이었던 산악인 박영석 인터뷰를 배달합니다. ‘탐험 없는 세상은 존재의 의미도 없다’는 말을 남기고 2011년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에서 실종된 그가 형제처럼 지냈던 최보식 기자와 2008년에 나눈 대화입니다. QR코드에 휴대폰을 갖다 대거나, 인터넷 주소창에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45743을 넣으면 구독 창이 열립니다. ‘이메일 주소’와 ‘존함’을 적고 ‘구독하기’를 누르면 이메일로 뉴스레터가 날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