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손흥민 vs. 오타니
“손흥민과 오타니 중 아시아에서 누가 더 위대한 선수인가요?” 작년부터 각종 스포츠 커뮤니티에 잊을 만하면 올라오는 질문이다. ‘축구 종가’임을 자부하는 잉글랜드 런던을 연고지로 둔 토트넘에서 주장으로 뛰는 손흥민(31)과 ‘야구의 심장’ 미국에서 투타(投打) 겸업을 해낸 오타니 쇼헤이(29·일본) 중 누가 ‘아시아 대표’냐는 것이다.
흥미로운 물음이다. 축구에서 손흥민은 아시아 최초 기록을 매년 경신하고 있다. 고등학생 때부터 유럽에서 활약한 그는 지난해 프리미어리그에서 아시아 출신으론 최초로 득점왕에 등극했고, 그해 축구 선수 최고 영예인 발롱도르에서 역대 최고 순위(11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카타르 월드컵에서 부상 투혼을 벌이며 한국을 16강으로 이끌었다. 엊그제 중국과의 월드컵 예선전에서도 연속 골을 기록했다.
야구에서 오타니는 투타 겸업이라는 현대 야구에서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분야를 개척했다. 들판에서 던지고, 치고, 뛰는 게 야구(野球)의 본질이라면 그는 이 모든 걸 MLB(미 프로야구)에서 최정상급 기량으로 소화해내고 있다. 오타니는 2021년에 이어 최근 또 한 번 만장일치로 MVP(최우수 선수)를 차지했다. 두 번 이상 만장일치 MVP에 뽑힌 것은 그가 처음이다. 오타니는 올해 3월 ‘야구 월드컵’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서 일본의 통산 세 번째 우승에 앞장섰다.
팬들도 직접적인 위상 비교는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알 것이다. 애초에 두 선수가 뛰는 종목 자체가 다르고, 축구와 야구의 전 세계적인 인기와 ‘체급’도 격차가 제법 크다. 월드컵과 WBC에 두는 관심도 차이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 하지만 팬들이 굳이 이런 이질적인 라이벌 관계에 열광하는 것은 두 선수가 경기장 내외에서 꾸준히 천재적인 영감을 생산해낸다는 공통점에서 기인한다. 경기장 밖에선 솔선수범하고, 안에선 정정당당하게 승부하는 이들의 땀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축구와 야구에서 우리와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이 이처럼 동시에 위풍당당한 모습을 보인 적이 있던가.
사실 손흥민과 오타니 이전에도 아시아 출신 축구·야구 스타는 있었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서구 언론 등은 ‘freak(돌연변이)’ ‘monster(괴물)’ 같은 용어로 이들의 열풍을 특이하거나 일시적인 것으로 평가절하하곤 했다. 여기엔 “축구와 야구에선 동양인들이 결코 주연이 될 수 없다”는 은연중의 우월감, 차별 의식도 내포돼 있었다고 본다. 손흥민과 오타니는 이런 편견을 깨부쉈다. 모두 자랑스러운 ‘월드 클래스’ 선수다.
다시 첫 질문으로 돌아간다. 축구와 야구의 전 세계적 위상 차이는 차치하고, 앞으로 100년 뒤에도 기억에 남고 지속적으로 회자될 선수는 누굴까. 당연히 모두의 정답은 없다. 대신 당신 마음속에 떠오르는 그 사람이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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