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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화진포(花津浦)

고성 화진포(花津浦)조용헌 동양학자강원도 고성의 화진포에는 유명한 별장들이 있다. 이승만 별장, 김일성 별장, 이기붕 별장이다. 그만큼 풍광이 좋다는 뜻이다. 그 풍광의 핵심은 동해안의 파란 바다, 그리고 바다와 바로 붙어 있는 ‘화진포 호수’ 때문이 아닌가 싶다. 김일성 별장은 동해 바다를 보는 전망이고 이승만, 이기붕 별장은 화진포 호수를 바라보고 있다. 화진포는 바다와 호수가 모래언덕을 사이에 두고 붙어 있다는 점이 독특한 매력이다. 호수가 잔잔한 음수(陰水)라면 바다는 거친 양수(陽水)에 해당한다. 음양수를 다 볼 수 있다.화진포 호수는 바닷물과 산에서 내려오는 민물이 섞여 있는 호수다. 이런 호수를 석호(潟湖)라고 부른다. ‘석(潟)’ 자가 개펄을 가리킨다.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도 원래 석호였다고..

자 료 2025.06.16

실버타운 일기

실버타운서 어깨에 힘 들어간다... 슬기로운 효도 풍경들일러스트=유현호긴 병에 효자 없다지만 장수하는 부모에 대한 효도 또한 마음 무거운 숙제임을 부인할 수 없겠습니다. 내가 본 슬기로운 효도 풍경을 몇 개 소개합니다.A는 눈도 귀도 어둡고 매사에 어눌한데 고집은 센 노인입니다. 누구와도 어울리지 못하니 항상 외톨이. 그런데 딸이 수시로 찾아와 어머니 팔짱을 끼고 전관을 누빕니다. 그리고 마주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큰 소리로 인사를 하며 준비해온 선물을 하나씩 건넵니다. 재래시장에서 사온 소포장의 떡·약과·견과류 따위. 그 솔직한 효심과 소박한 선물을 거절하기는 어렵습니다.“그렇게 해서 입주자들과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을 꽉 잡아 놓았다”고 모두가 입을 모아 칭찬합니다. 그러고 보니 함께 어울리지는 않을지..

자 료 2025.06.16

나의 실버타운 일기

슬기로운 효도 풍경 2일러스트=유현호유난히 부티가 나는 C. 그는 강남에 빌딩이 있는 재력가일 뿐 아니라 자녀들이 우리 사회에서 선망하는 직업과 지위를 가진 최상류에 속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잘난 자녀들이 이따금씩 방문해 노인을 모시고 외부로 나가 고급 식당에서 식사를 대접하고, 백화점 나들이를 하며 쇼핑도 시켜드립니다.C가 자주 이야기합니다. 과시하는 건 아닙니다. 교양도 있고 품위도 지킬 줄 아는 우아한 노인. 그런데 이상한 일은, 누구도 그를 가까이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토록 잘나가는 자녀들의 고급진 효도 행각이 거듭될수록 C는 점점 더 소외되어 완전히 왕따를 당하는 느낌이 듭니다.복도 끝 후미진 곳에 어느 날 화분 하나가 눈에 띄었습니다. 별 특색 없는 그 화분에 눈길이 가는 건 살아 있는 나무..

자 료 2025.06.16

실버타운 일기

눈부신 5월을 보내며일러스트=유현호1년 중에 가장 아름다운 5월의 연휴. 젊은이들에게는 설렘의 절기지만 노인들에게는 서운함과 외로움의 시간입니다. 젊은이들이 빠져나간 복지시설은 식당의 그릇 소리 외에는 모든 기능이 정지된 듯 고요하기만 합니다.나는 연휴가 시작되기 여러 날 전부터 직원들의 눈치를 살피며 전화번호를 알아냅니다. 간호사와 담당 복지사의 전화번호. 만약에, 혹시나,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즉시 연락할 수 있는 안전망을 준비해 놓고 싶어서죠. 그런데 어렵게 알아낸 그 번호들이 같은 대표 전화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누르기만 하면 자동 응답기가 대답하는 대표 전화. 그럴 거면 119만 알고 있어도 되는 것을.연휴의 하루 정도는 외출이나 방문으로 그럭저럭 지나갑니다. 그러나 뒤이은 2~3일 혹은 그 ..

자 료 2025.05.31

노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노인은 무엇으로 사는가일러스트=유현호병상에 눕기 전까지, 노인들의 존재감은 살아있습니다. 사회의 주변으로 밀려나 있다고 해서 동정이나 보살핌만 있으면 되는 건 아니지요. 복지 시설의 기계적인 매뉴얼보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감정이 있는 응원입니다. 운동선수들이 응원의 함성으로 힘을 얻듯이 그들은 삶의 현장을 느끼고 확인시켜 줄 가족과 사회의 응원가가 필요한 거예요.일주일에 한 번 찾아오는 젊은 강사가 있습니다. 그는 한 시간 내내 열심히 떠들어댑니다. 오죽하면 치매 노인 센터에서 노인들이 “저놈만 오면 시끄러워서 혼이 쏙 빠진다”고 불평 아닌 불평을 한다는 거예요.여기서도 큰 소리로 정신없이 달려갑니다. 우선 숙제 검사를 하는데, 노인들의 눈을 일일이 들여다보며 묻습니다. “일기 쓰셨나요?” “네!” “무..

자 료 2025.05.20

손자도 원양어선 태우는 '참치왕'

[만물상] 손자도 원양어선 태우는 '참치왕' 1957년 이승만 당시 대통령(왼쪽 두번째)이 지남호가 처음 잡은 참치 앞에서 기념촬영하는 모습.1957년 6월 최초의 원양어선 ‘지남호(指南號)’가 부산항을 출항했다. “남쪽으로 배를 몰아 부(富)를 건져 올려라”라는 뜻으로 이승만 대통령이 작명했다. 원래 미국산 중고 시험조사선이었다. 대만·필리핀·싱가포르 해역에서 참치 조업을 시도했지만 허탕을 쳤다. 동승한 미국인 기술 고문이 허리를 다쳐 대만에서 하선한 탓에 선원들은 외국 책을 보면서 낚싯줄을 던져야 했다. 싱가포르의 한국인 무역상에게 돈을 빌려 기름을 채운 뒤 인도양까지 가서야 첫 조업에 성공했다.일러스트=이철원▶지남호가 출항 108일 만에 참치 10t을 싣고 부산항에 귀환했다. 이승만 대통령이 참치(..

자 료 2025.05.16

뽀빠이 이상용

"매달 3백만원씩 어려운 이웃들에게"..故이상용, 진짜 '뽀빠이 아저씨'로 영면 [종합] “매달 300만원, 천 원짜리 신권 100장”… 故 이상용, 진짜 ‘뽀빠이 아저씨’였다[OSEN=김수형 기자] ‘뽀빠이 아저씨’로 사랑받아온 방송인 故 이상용이 지난 9일 별세한 가운데, 생전의 따뜻한 선행들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故 이상용의 발인이 엄수됐다. 향년 81세. 장지는 용인공원 선영으로 정해졌다.고인은 감기로 인해 병원을 다녀오던 중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안타깝게도 세상을 떠났다. 1944년 충남 서천 출신인 그는 육군 장교 출신으로, 1971년 CBS 기독교 방송 MC로 데뷔한 뒤 1975년 KBS *‘모이자 노래하자’*를 통해 ‘뽀빠이..

자 료 2025.05.13

실버타운 일기

더는 비루해지지 않으려고 (하루의 기적) 일러스트=유현호매일 아침 명상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지 못하는 날이 훨씬 더 많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몸의 움직임이 어제보다 못한 날은 명상은커녕 짜증부터 난다.일어나서 불을 켜고 물을 마시고, TV도 켰다 껐다…. 좀처럼 안정이 안 된다. 그때 들려오는 소리. “움직여라.” 운동을? 운동은 아무나 하나? 싫다. 다시 속삭이는 소리. “걷기라도 해라.” 걷기도 싫다. 숨도 쉬기 싫다. 다시 떠오르는 소리. “아무도 안 도와준다. 자신과의 싸움이다.”하는 수 없이 썰렁한 복도로 나와 서성댄다. 창밖에 가로수가 보이고, 벌써부터 분주한 택배 사장님, 우편함에 쌓인 전단과 청소 카트, 바깥의 소음, 나보다 먼저 나와 서성대는 노인의 무표정한 얼굴.평범한 ..

자 료 2025.05.03

실버타운 일기

내 명상법을 소개합니다 일러스트=유현호아침에 눈을 뜨면 누운 상태로 가만히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내 몸에 귀를 기울인다. 그러면 숨이 고르게 되면서 어느 순간 묵념 상태에 빠져든다. 얼마나 유지될까? 그날그날 다르지만 어쨌든 정신이 들어 시계를 보면 아침 식사 시간이 가까워져 있다.여러 해 전부터 나는 명상법을 익히고 싶었다. 몸이 불편하고 마음이 불안할​ 때마다 명상을 하면 평온을 찾을 것 같아서, 새벽 시간 EBS에서 명상 강의를 열심히 들었다. 하지만 침묵 속에 정갈한 옷차림, 고요한 분위기, 청아한 음향 등이 갖추어져 있어야 할 것 같기에, 나로서는 범접하기 어려운 구도의 세계였다.그런데 이곳에 와서 자연스레 익히게 된 아침 시간의 습관, 마음을 들여다보고 몸에 귀 기울이다 보면 이어지는 묵념 상..

자 료 2025.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