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파 랑 길(49·50)

해파랑길33회차(50코스.통일안보공원~제진검문소)

빠꼼임 2015. 8. 4. 07:36

               해파랑길33회차(통일안보공원 ~ 제진검문소)

            날   짜 : 2015. 08. 03(월).           날   씨 ; 더  위.

            시   작 : 05 : 50.        마   침 : 07 : 20.        보행시간  : 01시간30분.       거  리 : 4.9km.

            코   스 : 통일안보공원 ~ 명파초교 ~ 제진검문소.

            누 구 랑 : 나 홀 로...

제진검문소 부터 통일전망대까지 6.8km는 걸어 갈 수가 없다.

차량을  이용하던지,  15명 이상 단체의 경우 출입7일전 출입신고를 하여야 한다.

 

 

 

 

 

 

 

 

 

 

 

 

 

 

 

 

 

 


[독자 ESSAY] 홀로 걷는 해파랑길 770㎞… 미숫가루 먹으며 산길 누볐다

조선일보
  • 정상호 前 신대구부산고속도로 대표   

  • 입력 2018.12.21 03:10

                                

    드디어 동녘 하늘이 불그스레 물들어온다. 새벽 찬 바람을 맞으며 바닷가에 옹기종기 모인 사람들에 섞여 고개 빼고 한참을 기다린 끝이다. 수도권에는 눈이 내린다는데 정동진에서 해돋이를 보니, 잔잔한 감동이 일며 뚜벅이로 이어온 해파랑길 여정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진다.

    해파랑길은 '동해의 떠오르는 해와 파란 바다를 길동무 삼아 걷는다'는 뜻으로, 부산과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를 잇는 총 770㎞에 이르는 국내서 가장 긴 둘레길이다. 2010년부터 정부와 부산·울산·경주·포항·영덕·울진·삼척·동해·강릉·양양·속초·고성 등 지자체, 그리고 민간단체들이 만들었다. 총 50개의 소구간으로 이루어졌다.

    작년 5월 도보여행 경험이 별로 없는 내가 뜬금없이 해파랑길을 찾은 것은 갑갑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서였다. 아침에 눈을 떠도 출근할 곳이 더는 없는 낯선 현실이 주는 허탈함을 달래고픈 생각도 있었다. 무력해진 근육에 운동이 필요하듯 느슨한 생활에 신선한 자극이 그리웠다. 또 바다와 산, 햇볕을 함께 만난다는 점에 끌렸고, 조금 거창하지만 남에서 북으로 올라가니 통일과 대륙으로 나아가는 뜻도 있을 듯했다.

    그동안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을 출발해 정동진까지 7회로 나누어 총 30일간 570㎞를 혼자 걸었다. 먹거리와 잠자리도 미리 정하지 않고 그때그때 해결했다. 같이 걷자는 사람들도 있었고 예약의 편리함도 알지만 "여행의 진수는 자유에 있다"는 영국 작가 해즐릿의 말대로 매이지 않고 스스로를 놓아두고 싶었다.

    그러나 자유는 공짜가 아니었다. 때로 어려운 상황과 마주쳤다. 경주 감포항을 앞두고는 깊은 밤 스마트폰 불빛에 의지해 바닷가 산길을 더듬어 오르기도 하고, 포항 호미곶 해돋이를 볼 욕심에 다섯 끼를 줄곧 미숫가루로 때우며 하루 35㎞를 걷기도 했다. 그럴 때면 '왜 사서 고생인가' 하는 회의가 고개를 들었다. 그런 무리가 탈이 됐는지 담낭염으로 입원까지 했지만, 발걸음이 쌓여갈수록 가슴속에서 변화가 싹트는 것이 느껴졌다. 평소 잊고 살던 주위의 꽃과 나무, 새들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느덧 고생도 한고비를 넘긴 것 같다. 이제 종점인 통일전망대까지는 200㎞로, 열흘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오늘 걷는 길은 난이도가 별 다섯인 가장 힘든 구간인 데다가 한겨울로 접어들었으니 실은 좀 염려된다. 일출을 뒤로하고 정동진역에 이르니 걱정하던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만 기차 타고 집으로 갈까, 아니면 더 걸을까 망설이다가 비가 많이 올 것 같진 않아 내쳐 걷기로 했다. 하지만 조금 후 183고지에 오르니 주룩주룩 비가 내리며 옷을 적셨다. 되돌아가긴 늦었고 앞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이따금 마주치는 등산객 한두 명이 위로가 된다. 한 시간가량 지나 당집에 이르니 괘방산 산신의 도우심인지 햇살이 비치기 시작한다. 길도 오르내림은 있으나 생각보다 험하지 않고, 쭉 뻗은 소 나무 숲 사이로 푸른 바다가 모습을 훤히 드러냈다. 걷기에 딱 좋은 날씨와 풍광이다. 마침 점심 무렵이어서 나뭇등걸에 앉아 누룽지와 구운 달걀, 귤로 요기하고 다시 조용한 산길로 향했다. 까칠한 계절에 이처럼 호젓하고 아늑한 길을 걸으니 이 또한 호사가 아닌가. 자연은 늘 스스로 꽉 차 있다. 나그네는 자연을 벗 삼아 왼발, 오른발 하나하나 옮겨갈 뿐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2/20/201812200365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