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연정 라인"

빠꼼임 2020. 12. 31. 11:30

[만물상] ‘연정 라인’

배성규 논설위원

입력 2020.12.25 03:18

 

공직 인사 때마다 어느 학교 출신이냐가 화제가 된다. 한국에서 학연(學緣)은 지연(地緣)·혈연(血緣)에 버금갈 정도로 질기다. 학파(學派)나 학풍(學風)이라면 긍정적 요소도 있다. 하지만 학연은 대부분 폐쇄적 정실주의로 흐른다. ‘끼리끼리’ 뭉치면서 조직을 망치고, 비리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정권마다 권력자와의 관계에 따라 특정 학맥이 떠올랐다. 박정희 정권 때는 ‘KS마크(경기고·서울대)’와 경북고가 힘을 썼다. 전두환 정권 땐 ‘육법당(陸法黨·육사와 서울대 법대)’이 주름잡았다. 김영삼 정부는 경남고, 김대중 정부는 호남의 광주일고·목포상고·문태고 등이 약진했다. 이명박 정부에선 고려대가 승승장구하면서 ‘고소영(고대·소망교회·영남)’이란 말이 유행했다. 박근혜 정부에선 총리·비서실장·법무장관 등에 성균관대 출신이 잇따라 등용됐다. 그래서 ‘태평성대’라 불렀다. 문재인 정부에선 경희대 인맥과 함께 ‘유시민(유명대학·시민단체·민주당)’이란 신조어가 등장했다.

 

▶연세대 라인이 뜬 것은 노무현 정부 때였다. 김원기 국회의장, 이광재·우상호·송영길 의원 등 상당수가 연세대 출신이었다. 노 전 대통령 아들도 연대를 나왔다. 2004년 열린우리당 내 연세대 출신들이 동문 모임을 열었다. “그동안 숫자로 열세였지만 이젠 힘을 모아보자”는 취지였다. 사발통문 끝에 의원과 보좌진 등 50여 명이 모여 ‘단결력’을 과시했다. 1주일 뒤 여당의 고려대 출신 의원과 보좌관들이 급하게 대응 모임을 가졌다. 80명가량이 모였다. 그렇게 경쟁하던 시절도 있었다.

 

▶최근 외교부 인사에서 연세대 정외과 출신이 약진했다. 강경화 장관, 최종건 1차관, 최종문 2차관,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이 모두 ‘연정(延政)’ 출신이다. 국정원 1차장(윤형중)과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김기정)도 그렇다. 대사·총영사 등 재외공관장 10명 중 1명꼴로 연정 라인이라고 한다. 특정 대학의 특정 학과가 한 부처에서 이렇게 득세한 건 전례가 드문 일이다. 그래서 ‘연정 마피아’란 말도 나온다.

 

▶연정 라인의 수장은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다. 그는 문 대통령의 멘토이자,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라고 이름 붙은 대북·대외 정책의 실질적 입안자다. 연정 라인은 사실상 그의 문하생들이다. 국가 외교 정책이 ‘문정인 라인’의 뜻대로 갈 수 있다. 강 장관이 문 특보와 어긋나게 말한 것을 본 기억이 없다. 외교부 관리들의 시선도 강 장관이 아니라 문 특보에 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정작 한국 외교는 어디에 있나. 있기는 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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