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중의 생로병사] 조상이 물려준 유전자 받들어야 건강하다
스시·된장국 먹던 일본인들 하와이 이민 후 대장암 발병률 치솟고
소금 귀한 아프리카서 온 흑인들, 짠 피자·치킨 먹으며 고혈압 폭증
환경과 맞물려 진화한 유전자, 거스르며 사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조상이 아프리카 쪽인 미국 흑인 즉 아프리칸 아메리칸에게 고혈압은 심각한 보건의료 이슈다. 미국 흑인 성인의 약 55%가 고혈압이다. 30%대의 백인보다 두 배 가까이 많다. 방치된 고혈압은 심장병을 낳는데, 흑인 심장병이 백인보다 30배 많다는 보고도 있다.
그들은 수십만, 수백만 년 동안 아프리카에서 살아온 조상의 유전자를 받았다. 아프리카 땅은 소금이 귀했다. 그들의 유전자는 몸으로 들어온 소금을 최대한 가지고 있으려는 방향으로 발달했다. 물도 안 좋아서, 설사를 많이 했는데, 그것으로 나트륨이 수시로 빠져나갔다. 그러기에 아프리카인은 소금을 어떻게 하든 끌어안고 있으려는 몸이 됐다. 그렇게 작동되는 유전자가 발달된 사람이 살아남아 자손을 낳았다.
그러다 후손들이 미국으로 건너가 가공식품 범람 시대를 맞았다. 소시지, 햄, 짭짤한 피자, 치킨, 햄버거를 먹으면서 나트륨 섭취가 치솟았고, 배출은 지연됐다. 혈관이 퉁퉁 불면서 고혈압으로 이어졌다. 미국 흑인은 어릴 적부터 고혈압이 많이 생기는데, 배경은 유사하다. 고혈압 약물에 대한 인종 간 반응 차이, 경제적 취약성 등도 관여했겠지만, 조상 유전자와 안 맞는 소금 과다 섭취 탓이 크다. 고혈압으로 조기 사망하는 아프리칸 아메리칸이 혹사로 희생된 흑인 노예보다 더 많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적자생존(適者生存). 19세기 영국의 사회학자 허버트 스펜서가 제시한 용어다. 환경에 적응하는 종(Species)만이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종은 도태되어 사라지는 현상을 말한다. 지금의 인류는 적자생존 한 조상의 후예다. 각자의 터전에서 200만년 전 호모 사피엔스로부터 내려온 유전자를 이어받아 살았다.
먹을 게 적었던 기아의 시대를 수만 년 살아온 인류는 음식으로 섭취한 칼로리를 체내 에너지로 저장하는 유전자가 발달돼 있다. 그 상태서 식사량이 넘치니 에너지가 과잉 저장되어 너도나도 비만이 됐다. 타고난 인슐린 생산 용량을 초과하니, 당뇨병 팬데믹이 벌어졌다.
저녁에 해가 지면 빛의 자극이 없었다. 그런 낮과 밤 주기에 맞게 멜라토닌이 나와서 숙면에 이르게 했다. 요즘은 야간에도 빛 자극과 활동이 너무 많아, 수면 관련 호르몬 조절이 깨졌다. 불면은 과도한 인공 빛 질환이다.
인류는 총명한 삶을 살기 위해 뇌와 두개골을 키우며 진화했다. 맹수 공격을 빨리 알아차리고 사냥감을 잘 쫓기 위해 머리를 꼿꼿이 세웠다. 큰 머리를 똑바로 이고 살아 가야 하기 위해 경추(목뼈)는 C형 커브를 만들어 하중을 효율적으로 견뎠다. 요즘 스마트폰을 보느라 고개를 아래로 박아, C형 커브가 무너졌다. 목디스크가 속출하는 이유다.
선조 대대로 농경사회를 산 아시아인은 물고기 위주로 식사를 한 에스키모보다 곡식을 소화시키는 아밀라아제 유전자가 4~5개 더 있다. 에스키모는 곡식을 많이 먹으면 탈 난다. 일조량이 적은 곳에 살던 스웨덴 사람이 미국 남부 텍사스로 이민 가서 살면, 피부암이 많이 발생한다. 자외선 차단 유전자가 약한 탓이다. 적도 지역에 살던 사람이 햇볕 적은 북유럽으로 이주하면 우울증에 시달린다.
몸 유전자는 환경과 맞물려 진화했다. 이 땅에서 꿋꿋이 살아온 조상 유전자 받들며 살아야 건강하다. 계묘년 새해, 적자생존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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