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1383] 십일전(十一殿)과 탄허
입력 2023.02.06 00:00
탄허(呑虛·1913-1983) 스님은 가끔 서울 조계사 대웅전 건물 앞에서 중얼거리곤 하였다. “이 건물은 내가 어렸을 때 놀던 집인데!” 1970년대 불교계의 산(山)과 도시(都市)를 대표하는 양대 인물이 성철과 탄허이다. 탄허가 말년에 번잡한 서울에 있으면서 지식 대중의 안목을 틔워 주었던 점은 재평가되어야 한다.
조계사 대웅전은 원래 정읍 입암산 아래에 본부가 있었던 보천교의 십일전(十一殿) 건물을 해체해서 옮겨놓은 것이다. 1920~1930년대에 수백만 신도가 운집했던 보천교는 일본총독부를 긴장시켰고 결국 총독부는 ‘유사종교’로 낙인찍어 해체시켰다. 필자가 그동안 주목했던 부분은 ‘왜 핵심 건물 이름을 11이라고 했던 것인가?’였다. 11은 어디에서 도출된 숫자인가?
일제강점기라는 암흑 시기에 보천교의 주도 세력들이 추구했던 가치와 비전은 이 ‘11′에 함축되어 있었다. ‘11′의 의미를 근래에 잘 설명한 책이 2021년에 출판된 ‘탄허학연구’이다. 저자인 문광(文光)은 탄허 문파의 가풍을 계승한 50대 초반의 학승이다. 문광에 의하면 한국은 숫자로 8이고 미국(서양문명)은 3이라는 것이다. 8과 3을 합하면 11이 나온다.
보천교 멤버들이 그렇게 돈을 많이 들여서 11전(殿)을 세운 이유는 앞으로 한국과 미국이 만나서 새로운 세계, 즉 후천개벽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서였다. 8은 간(艮)이고 소남이며, 3은 태(兌)이고 소녀가 된다. 한국과 미국의 만남은 주역의 괘로 설명하면 소남과 소녀의 만남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설명 방식의 원리적 근거는 김일부(1826-1898)가 쓴 정역(正易)이다. 아시아의 문화 강국은 한국이 된다는 예언이다. 한국이 중국보다 더 동쪽을 대표하게 된다.
서쪽은 서양문명을 가리키지만 좁게 보면 미국이 된다. 탄허가 1970년대에 ‘일본 열도는 물속에 가라앉는다’라고 하는 예언을 한 근거도 ‘정역’이었다. ‘水汐北地(수석북지) 水潮南天(수조남천)’이다. 북극의 얼음이 녹아서 남쪽으로 흘러간다는 뜻이다. 탄허는 23.5도로 기울어진 지축이 똑바로 서게 된다는 메시지를 ‘정역’에서 도출하였다. 그러면 북극의 얼음도 녹고 지구적 차원의 기후변화가 일어난다고 보았다. 단기적으로는 재앙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지구 변화의 한 과정으로 본 것이다. 복희팔괘에서 3000년이 지나 문왕팔괘가 나왔고, 문왕팔괘에서 3000년이 지나 한국의 충청도 연산에서 정역팔괘가 나왔다. 기후변화를 해석해 줄 수 있는 거대 달력이 한국에서 나온 셈이다.
'wh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엑셀에 챗GPT 탑재 (0) | 2023.02.06 |
---|---|
챗GPT가 부른 AI 대혁명 (0) | 2023.02.06 |
노인은 몇세부터? (0) | 2023.02.06 |
조민, 김어준 유튜브서 얼굴 공개 (0) | 2023.02.06 |
‘61세’ 황신혜, 멕시코서 춤바람 (0) | 2023.0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