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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수육 14만원, 돈가스 10만원, 만두 6만원

빠꼼임 2023. 4. 15. 11:48

탕수육 14만원, 돈가스 10만원, 만두 6만원… 상상초월 ‘그늘집’ 물가

말도 안되는 음식값… 그래도 팔리는 나라

입력 2023.04.15. 03:43
 
 
14일 서울 중구의 한 평양냉면 집에 걸린 가격표. 이 식당은 올해 주요 메뉴 가격을 인상하면서 냉면은 1만4000원, 제육 한 접시는 3만원이 됐다. /장련성 기자

한국에는 ‘골프장 그늘집 물가’라는 게 있다. 골프장 18홀을 돌다가 중간에 출출하거나 식사 때를 맞추지 못하면 간단히 요기를 하는 장소를 흔히들 그늘집이라 부른다. 그늘집에서 파는 음식 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경기도의 한 골프장에선 탕수육 한 접시에 14만원을 받는다. 이곳만 그런 게 아니다. 경기도 기흥 한 골프장 그늘집에선 돈가스 한 접시가 10만원이다. 여주 골프장에선 만두 한 접시에 6만1000원, 이천 골프장에선 떡볶이 한 접시에 6만원을 받고 있다. 한국골프소비자모임의 한 관계자는 “그늘집의 식음료 가격은 코로나 이후 골프 인구가 급증하면서 왜곡이 더 심각해졌다”면서 “대대적인 조사와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늘집 바가지는 물론 일반인이 쉽게 체감하기 힘든 대단히 극단적 사례다. 문제는 이 가격이 통용되면서 우리 사회 특유의 접대 문화, 법카 문화와 접목해 실생활 물가에서까지 ‘새로운 잣대’ 역할을 하며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서울 압구정동에 있는 한 일식당. 요리사가 그날 재료에 따라 음식을 만들어주는 소위 ‘오마카세(맡김차림)’ 가게다. 1인분 가격이 42만원. 작년 말 이곳을 어렵게 예약해 음식을 먹고 갔다는 일본 관광객 A씨는 “도쿄에서 즐겨 다니던 식당보다 퀄리티에 비해 가격이 너무 비싸 당황했다”면서 “다시 오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 도쿄 신니혼바시역 근처에 있는 한 고급 일식당의 저녁 오마카세 1인 코스는 1만5000엔(약 14만7000원)이다. 지난달 말 회원 100만명 넘는 국내 최대 여행 후기 카페에는 이 식당이 ‘저렴하다’고 평가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워낙 비싼 서울 물가와 비교된 셈이다.

/그래픽=김성규

오마카세는 음식 자체를 식당 요리사에게 맡긴다는 뜻. 우리나라에서는 요즘 일종의 ‘사치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최근 일본 언론은 “(한국에선 오마카세를 먹고) SNS에 사진과 영상을 업로드해 타인에게 자랑하는 것까지 세트”라며 “한국 젊은이에게 사치의 상징”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 식당 물가는 지난 1~2년 사이 천장(天障)을 뚫었다. 서울 압구정과 한남동, 성수동 일대의 일부 식당은 일반인이 생각하는 음식 가격의 상식을 뛰어넘었다. 서울 사대문 안에 있는 특급 호텔 뷔페는 심할 경우엔 지난 1년 동안 40% 넘게 치솟았다.

◇천장 뚫린 외식 가격

지난 5일 서울 이태원의 소고기 전문점. 점심 8만원짜리 소고기 코스 요리 한 가지만 파는 곳이다. 가게 입구에서 번호표를 뽑자 스마트폰으로 ‘예약 대기 34번’이라는 알림이 왔다. 비싼 가격에도 대기 신청을 하고 1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한다. 식당 입장에선 비싼 가격에도 일부의 과시욕이나 허영심 등으로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소위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를 노린 것이다.

서울 특급 호텔은 지난 1년 사이 뷔페 가격을 일제히 올렸다. 서울 신라호텔(더 파크뷰)은 지난 3일부터 평일 점심(16만8000원)과 평일 저녁·주말(18만5000원)을 올렸다. 작년 1월과 비교하면 40% 넘게 올랐다. 웨스틴조선 서울(아리아)도 지난달 뷔페 가격을 20% 올려 평일·주말 저녁 가격이 각각 16만원·16만5000원이다. 한 특급 호텔 관계자는 “호텔 뷔페 식당 가격이 올라도 손님은 늘고 예약은 더 치열해지는 기현상이 최근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호텔 빙수 8만3000원, 14만원짜리 케이크

매년 여름철 빙수는 가격이 가장 심하게 오르는 품목 중 하나로 꼽힌다. 2020년 5만4000원이었던 서울 신라호텔의 망고 빙수는 작년 8만3000원으로 2년 사이 53%가 뛰어올랐다. 케이크 가격도 매년 끝없이 오르고 있다. 지난 크리스마스 때는 웨스틴 조선 호텔에서는 14만원짜리 케이크까지 등장했다. 연말 대목이 아니더라도 최근 서울의 대중적인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파는 케이크도 3만원 미만을 찾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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