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가 우리나라를 말아먹는 방법
[아무튼, 주말] [서민의 문파타파]
반미, 반일이 대표 전략
국가 근원 산업도 흔들기
1989년 10월 13일, 건국대에 다니던 스물네 살 청년 정청래는 준비한 승용차를 주한 미국 대사관 옆에 세운 뒤, 차 지붕을 밟고 3m나 되는 담장을 넘어 대사관에 들어간다. 이 난동에 참여한 이는 모두 여섯 명. “공안 통치 배후인 미국의 내정 간섭 중단”이 요구 사항이었다. 그들은 직접 제작한 사제 폭탄을 대사관에 던지는데, 워낙 엉망으로 만든 탓에 폭탄이 터지지 않자 플랜 B에 들어간다. 대사관 거실에 시너를 뿌리고 불을 지른 것. 하지만 대사관 건물이 내화 처리돼 있어 이 역시 실패한다.
50분간 농성을 벌이던 정청래 일당은 결국 대치하던 경찰에 체포됐고, 집시법과 보안법,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화약류 등 단속법 위반 등등 여러 법률을 위반한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는다. 그 덕에 병역을 면제받았으니 ‘이를 노리고 한 게 아니냐’고 의심하는 이도 있지만, 그보다는 ‘반미’라는, 자기 딴에는 숭고한 이념 때문에 폭탄을 던졌다고 보는 게 맞겠다. ‘회계사 김경율의 노빠꾸 인생’이란 책에도 비슷한 대목이 나온다.
선배: 저기 길 건너편이 미군 부대인 거 알지?
후배들: 네.
선배: 미군 트럭이 이 길로 자주 다닌단 말이다. 그러니까 미군 트럭이 지나갈 때 트럭을 향해서 화염병을 던지자!
미군 시설에 대한 테러가 민주화 운동으로 인정받던 시절이었기에, 미 대사관 테러는 정청래에게 훈장이 됐다. 운동권 출신이 국회의원이 되려면 대학 학생회장이나 전대협 의장 정도는 해야 됐지만, 정청래는 과 대표 출신임에도 당당히 의원 배지를 달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들어온 제도권은, 달콤했다. 정청래는, 그리고 그와 함께 국회에 입성한 586들은, 이제 구속될 염려 없이 반미를 외칠 수 있었다.
그들은 우리나라 수출에 큰 도움이 될 한미 FTA 체결을 반대했고,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뇌에 구멍이 뚫린다고 선동했으며, 북한의 핵 공격을 막을 목적인 한미 연합 훈련을 반대했다. 대한민국이 부자 나라가 됨으로써 ‘한국이 미국의 식민지’라는 주장이 먹히지 않게 되자 그들의 구호는 이제 ‘반일’이 됐다. 김일성의 ‘갓끈 전술’에 따르면 남한은 미국과 일본이라는 두 갓끈으로 유지되는데, 이 가운데 하나만 잘라내도 남한이 무너진단다. 그래서 북한은 민노총 등 자기들을 추종하는 세력에게 ‘한·일 관계 악화를 위해 일장기 화형식, 대사관 기습 시위를 진행하라’는 지령을 내리곤 했는데, 이는 어리석은 짓이었다. 정청래를 비롯한 전직 주사파들이 북 지령 없이도 갓끈 전술을 잘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청래가 한 발언을 보라. “윤 대통령의 대일 굴종 외교로 기시다 총리의 독도 야욕이 이루어지는 거냐?” “윤석열 정권은 한국이 좋냐, 일본이 좋냐. 분명하게 답변하라.” “후쿠시마 오염수 발언 묻는데 왜 동문서답하나?” 북의 지령을 받은 민노총 간부들이 구속된 반면, 의원 신분인 정청래는 구속은커녕 애국지사로 개딸들의 신망까지 얻을 수 있으니, 제도권이 좋긴 좋다. 대안연대 김유진 사무총장은 이렇게 말한다. “과거에는 좌파가 민주주의 시스템 밖에서 불법적인 활동을 했다면, 문재인 정부 이후에는 제도권 안으로 들어와 대한민국을 파괴하고 있다.”
반미나 반일이 대한민국을 망치는 중요한 전략이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했다. 삼성을 비롯한 우수한 기업들이 우리나라를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 등은 삼성생명법을 만들어 삼성을 해체하려 하지만, 삼성에 대한 국민적 신망이 높아 쉽지 않았다. 좌파는 생각했다. ‘그렇다면 국가의 근원인 에너지 산업을 망가뜨리면 어떨까?’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기 만료 석 달 전인 2022년 2월, 알박기로 원자력안전재단에 임명한 이사장 김제남을 보면, 저 말이 괜한 망상이 아님을 알 수 있으리라.
작년 국감에서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은 김제남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한다. “일심회 간첩단 사건 판결문에 31차례나 김 이사장이 등장한다. 이유가 뭐라고 보느냐?” 일심회 사건은 2006년 국정원이 적발한 간첩 사건으로, 조선노동당에 입당해 김정일에게 충성을 서약한 재미 교포 장모씨가 민주노동당 간부들과 함께 북한에 정보를 제공했다는 게 들통나 징역 9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그런데 그 판결문에는 재미 교포가 북한에 전달한 보고서가 나오는데, 그에 따르면 김제남은 북한 간첩의 포섭 대상이었을 뿐 아니라, 이적 단체 조직원으로 활동한 정황이 담겨 있다.
“△△△을 김일성주의 대중 지도 핵심으로 육성해 시민 단체들을 반미 대중 투쟁에 적극 참가하도록 지도” “조직에서 △△△ 동지를 통해 미제의 핵잠수함 로스앤젤레스호가 남조선 진해항에 입항한다는 정보를 보고받았다.” 김제남은 “나는 이 일과 무관하다”며 발뺌하고 있지만, 저 판결문의 △△△가 김제남일 확률은 지구가 돌 확률과 비슷해 보인다.
친북적인 일을 하다 걸렸을 때 좌파가 택하는 방법은 노동 운동, 여성 운동 등 시민 단체로 스며드는 것, 일심회 사건 이후 김제남이 택한 길은 환경 운동이었다. 그 선택은 오래지 않아 결실을 보았다. 녹색연합 사무처장,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집행위원장 등을 지낸 끝에 2012년 통진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 배지를 단 것이다. 알다시피 통진당은 대한민국 체제를 파괴하려고 한 정당으로, 이석기의 내란 음모 사건이 도화선이 돼 헌법재판소에서 해산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거기서 김제남은 통진당 사수 결의 대회에 참석하고, 이석기 제명안에 무효표를 던져 부결하는 등 맹활약한 바 있는데, 문재인 정권은 이런 이를 청와대 기후환경비서관으로 임명하더니, 급기야 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에 임명한 것이다. 전임 김혜정 이사장도 환경 운동을 하던 분이었는데, 이보다 더한 사람이 왔으니 권성동 의원도 기가 막혔던 모양이다.
“김 이사장은 누구보다 원자력 무력화에 의지를 갖고 행동해 왔고, 주요 시설에 대한 사보타주(고의적 파괴 공작)를 계획한 이석기 일당을 옹호했다. 원자력안전재단이 탈핵 운동가의 놀이터냐. 탈핵 운동가에게 무슨 전문성이 있느냐? 자진 사퇴하라.” 하지만 김제남은 사퇴하지 않았다. 왜? 이사장의 임기는 3년, 그러니까 2025년 2월까지고, 그동안 김제남에겐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그 일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대한민국에 해가 되는 일이라는 건 확실하다. 그래도 우린 그녀를 막을 수 없다. 그녀는 지금, 제도권에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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