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의 비밀 병기 젤렌스카 [만물상]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 대통령의 부인 엘리너는 내조자가 아닌 국정의 동반자였다. 흑인 인권과 남녀 평등을 위한 법을 만들자고 정치인들을 직접 설득했다. 전국을 돌며 뉴딜 정책을 홍보하고 신문에 칼럼을 썼다. 매주 여기자들과 간담회도 열었다. 그래서 ‘엘리너 행정부’라는 말이 나왔다. 존 애덤스 대통령의 부인 애비게일은 여권 운동가로 정치에 적극 참여해 ‘미세스 프레지던트’란 별명을 얻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의 부인 힐러리는 공식 직책까지 맡아 백악관 회의를 이끌었다. ‘빌러리 부부 대통령’으로 불렸다.
▶하지만 나라가 전쟁의 참화에 빠졌을 때 직접 나선 대통령 부인은 흔치 않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부인 젤렌스카는 러시아 침공에 맞서 소셜미디어 전사가 됐다. 주변국으로 피신하라는 권유도 거절했다. 인스타그램에 희생된 아이들 사진을 올리고 ‘나는 증언합니다’라는 글을 썼다. “아이와 여성들이 죽거나 고통 받고 있다. 지금 푸틴을 막지 못하면 전 세계 어느 곳도 안전하지 않다. 우크라이나는 포기하지 않는다.”
▶그는 남편 대신 외교 특사로 나섰다. 미국·영국·프랑스 등 각국을 돌며 지원을 호소했다. 각국 정상 부인들과 네트워크도 공고히 했다. 미 의회에서 외국 정상 부인으론 처음 연설해 기립 박수를 받았다. 작가 출신인 그의 말은 호소력이 있었다. “제발 전쟁에 익숙해지지 말아 달라. 무관심은 간접 살인이다. 외국이 돈 계산 할 때 우리는 사상자 수를 센다”고 했다. 전 세계 330만명의 팔로어가 그를 지지했다. 해외 언론은 “젤렌스카는 국가 수호자이자 비밀 병기”라고 했다.
▶그는 “코미디언이었던 남편은 늘 무대 위에 있었지만 난 무대 뒤가 좋다”고 했다. 그가 전면에 나서자 러시아는 살해 위협을 했다. “나도 두렵지만 수백만명의 엄마들이 나를 보고 있어요. 공포에 굴해선 안 돼요.” 그는 국민 절반이 가족·친구를 잃고 60%가 정신적 외상을 겪고 있다고 했다. 미숙아 수는 무려 50% 늘었다. 국제 의료 지원을 요청하며 고통 치유사로도 나서고 있다.
▶그가 방한해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고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에도 참석했다. 한국 경제·문화에 관심이 많은 그는 “전쟁으로 폐허가 되고도 재건한 한국은 우리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라며 “우리에겐 한국이 큰 위로이자 희망”이라고 했다. 그의 이 말엔 큰 울림이 있다. “1950년대 한국의 자유를 위해 모였듯이 지금은 우크라이나를 위해 뭉쳐주세요. 지금 우리 아이들을 구하면 그 애들이 내일 당신의 목숨을 구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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