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태평양 대륙’ 태도국(太島國)을 아시나요 [만물상]
세계 지도를 보면 호주 오른쪽, 뉴질랜드 위쪽에 점점이 흩어져 있는 섬들을 볼 수 있다. 이 섬들이 만든 16국을 태평양도서국이라 부른다. 약칭 ‘태도국(太島國)’이다. 이들 국가는 인구와 국토가 작지만 광활한 바다를 갖고 있다. 태도국들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합치면 1910만㎢로 전 세계 면적의 14%를 차지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인 러시아 면적(1709만㎢)보다 넓다. 이 국가들은 스스로를 ‘푸른 태평양 대륙’이라고 부른다.
▶글로벌 지정학 게임에서 태도국이 관심 대상으로 떠올랐다. 이 국가들은 자원 외교가 중요한 시대에 수산 자원은 물론 망간 단괴 등 해양 광물 자원이 풍부하다. 투발루 등 해수면이 상승하는 섬이 많은 것도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다. 투발루의 외교장관은 2021년 무릎 깊이 바닷물 속에서 정장 차림으로 “지금 서 있는 이곳도 한때는 육지였다”로 시작하는 연설로 전 세계에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렸다.
▶최근에는 해상 항로 요충지라는 점이 재평가를 받으면서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격전지로 부상했다. 2021년 중국은 솔로몬제도와 안보 협정을 체결했다. 중국 군함이 기항할 수 있고 소요 사태가 나면 중국에 군·경찰을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이 알려지자 미국이 바짝 긴장했다. 미국은 지난해 9월 워싱턴에서 첫 ‘미·태도국 정상회의’를 개최했고 솔로몬제도에 30년 만에 대사관을 재개설하는 등 다시 이 지역에 공을 들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5월말 태도국 정상들을 초청해 첫 정상회의를 가졌다. 태도 11국은 부산 엑스포 개최 여부를 결정짓는 국제박람회기구(BIE)에도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엑스포 개최지 투표권은 큰 나라든 작은 나라든 1국 1표를 갖는다. 태도국 정상들은 부산도 방문했고 공동성명에서 부산의 엑스포 유치를 환영한다고 했다. 전체 171표 중 11표를 확보한 셈이다.
▶우리나라 첫 원양어선은 1949년 미국에서 도입한 230톤급 ‘지남호(指南號)’였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남쪽으로 뱃머리를 돌려 부(富)를 건져오라’는 뜻을 담아 배 이름을 지었다. 훗날 남태평양이 중요한 지역으로 떠오를 것을 예견한 것일까. 1960~1970년대 지남호를 포함해 많은 원양어선이 태도국 해역에서 벌어들인 외화는 경제성장의 밑거름 역할을 했다. 사모아 등에는 이런저런 사고로 고국에 돌아오지 못한 한국 선원들의 무덤이 곳곳에 남아 있다. 생각해보면 우리와 태도국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바다를 통해 연결된 이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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