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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의 100세일기(방송 출연 70年 史)

빠꼼임 2020. 10. 10. 08:20

[김형석의 100세일기] 방송 출연 70年史

[아무튼, 주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입력 2020.09.26 03:00

 

일러스트=김영석

며칠 전 뉴스를 보려고 TV 채널을 돌렸는데, 내 얼굴이 나타났다. MBN에서 방영한 강연 장면이다. 보면서 마음이 놓였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늙지는 않았구나. 멋진 남자는 못 되지만 방송 무대에서 쫓겨나지는 않을 것 같구나’ 싶었다. 혼자 웃었다.

돌이켜보면 내가 라디오와 TV 등 방송에 참여한 지 70년 세월이 흘렀다. 라디오 시대에는 통행금지 시절이 있었다. 밤 12시가 넘을 경우 남산 KBS에서 생방송을 위해 신촌 우리 집까지 허락되는 차가 왕복하기도 했다. 어떤 때는 새벽 2~3시가 되어 귀가했다.

TV 시대 초창기에 중요한 운동경기가 있으면 TV가 있는 집으로 가서 단체 관람을 했다. 김기수 선수와 벤 베누티(이탈리아) 선수의 복싱을 보려고 뒷집 이광린 교수 집에 교수 7~8명이 모였던 기억도 떠오른다. 2002년 월드컵 때는 미국의 딸들이 내 건강을 걱정했다. 응원에 열중했다가 뇌출혈이라도 일으키면 큰일이다 싶었는지, “가벼운 혈압 약을 먹고 조심조심 응원하라”는 충고를 받기도 했다. 온 국민이 열광했으니까.

지금 회상해 보면 나에게는 TV 시대보다 라디오 시대가 더 좋았다. 여러 해 동안 국군 방송에 출연했기 때문에 그 보람도 컸다. 나만큼 국군의 사랑을 받은 출연자도 많지 않을 것이다. 때로는 육군에서 나에게 경비행기를 보내주었다. 일선을 방문하며 강연하던 시절이었다. 삼성에서 창설한 동양방송에서는 1년 몇 개월 동안 아침 시간에 출연하기도 했다. 이병철 회장이 자신도 애청자라면서 감사의 뜻을 전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