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의 100세일기] 지난 10년간 모두 5번 넘어졌다
[아무튼, 주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입력 2020.11.14 03:00
일러스트= 김영석
며칠 전 ‘아무튼, 주말’을 제작하는 부서에 연락을 취했다. 너무 오래 집필했기 때문에 금년 말까지로 마감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전했다. ‘아무튼, 주말’ 측 생각은 내 예상과는 달랐다. 100세 시대를 위해 도움 되는 글이 필요하다고 했다.
100세 시대 하면 먼저 ‘건강’이 떠오른다. 의사들도 말하지만 90이 넘으면 삶의 제일 조건은 건강이다. 본인과 가족, 주변 사람들에게 요청되는 시급한 과제는 두 가지다. 넘어지지 말 것, 그리고 겨울철 감기 조심이다. 90 이후에 넘어져 낙상한다는 것은 치명적 결과를 초래한다. 감기는 폐렴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내가 잘 아는 이들의 경우다. 한 사람은 대학 학장 때였다. 차에서 내리면서 발밑이 빙판인 것을 몰라 미끄러졌다. 불행하게도 대퇴부가 골절되었기 때문에 그 일로 고생하고 회복하지 못했다. S대학의 전 총장은 서재에서 사용하는 회전의자 위치를 모르고 앉으려다가 그만 방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 충격으로 척추를 다쳤다. 병석에 누워야 했고 일찍 세상을 떠났다. 유명한 여성 작가 P는 화장실에 있다가 계속 울리는 전화벨 소리를 듣고 서둘러 나서다가 넘어져 팔이 부러졌다.
내 경우도 비슷했다. 10년 동안 다섯 차례 넘어졌다. 균형 감각이 떨어지고, 다리에 힘이 빠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한 번은 왜 넘어졌는지도 모른다. 두 차례는 크게 넘어졌다. 모두 밤 시간에 낯선 곳에 갔다가 일어난 사고였다. 한 번은 친구들과 카페에서 차를 마시다가 화장실로 가면서 층계가 있는 줄 모르고 걸려 넘어졌다.
최근에는 강연회 대기실에서 휴식하고 있는데, 안내를 맡은 사람이 ‘시간이 되었다’고 찾아왔다. 밝지 않은 복도로 내려서는데 두 계단으로 되어 있는 것을 몰랐다. 동행하는 이와 얘기를 나누면서 걷다가 발을 헛디뎌 앞으로 나가떨어졌다. 안경까지 벗겨져 바닥에 굴렀다. 충격이 너무 컸다. ‘강연을 할 수 있을까’ 걱정했다가 70분 강연을 30분만이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연단으로 갔다. 그래도 크게 다친 데가 없었기 때문에 강연은 잘 마무리했다. 돌아와 의사에게 전화로 물었더니 하루 이틀은 잘 모르지만 그 다음 날부터는 후유증이 느껴질 테니까, 심하지 않으면 5~6일간 안정하라고 했다.
그때 안내하는 사람이 “여기는 계단입니다”라고만 했어도 좋았을 뻔했다. 세 차례 넘어진 것이 다 저녁과 밤 시간이었기 때문에 90이 넘으면 밤 시간 외출이나 활동은 삼가야 한다. 계단을 오르내릴 때는 손잡이가 없으면 도움을 받아야 한다. 내가 건강해 보여도 100세 노인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달라.
대체로 90 이후에는 균형 감각이 떨어지는 체험을 누구나 한다. 천천히 발밑을 살피면서 걷는 습관이 필요하다. 동행하는 사람은 자기 발걸음에 맞추지 말고 노인네와 함께 발맞춤을 하는 것이 예절이다. 작은 조심이 큰 행복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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