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신춘문예] 백련의 기억
시조 당선작
유진수
입력 2023.01.02 03:00
봄날 햇살 아래 눈물처럼 쏟은 말들,
천천히 번져가다 물비늘처럼 글썽인다.
희미한 표정만 남긴 채 수척해진 문장들.
수런대던 그때로 하염없이 돌아가서
두어 대 솟은 꽃순 차랑차랑 만난다면,
밝고도 환한 눈길로 글을 다시 쓰리라.
흰 빛깔 떨군 꽃이 하늘로 돌아간 후,
뜨락에 젖어 있던 별빛 같은 글자들이
눈부신 백련의 말씀으로 살아나던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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