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文 정권 부패 비리 언론에 알렸다고 유죄, 이게 정의인가
문재인 정권 때 청와대 내부 비리를 폭로한 김태우 서울강서구청장이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하급심 판단을 대법원이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로써 그는 구청장직을 잃게 됐다. 청와대 내부 비리를 언론에 알린 게 구청장직을 상실할 만큼 심각한 범죄라는 것인데 일반인의 상식과 법 감정으로는 납득하기 어렵다.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출신인 김 구청장은 2018년 12월부터 2019년 2월까지 청와대 감찰 무마 의혹 등 내부 비리를 언론 등에 폭로한 혐의로 청와대로부터 고발당했다. 그의 폭로에 대한 보복 성격이 짙었다. 하지만 그가 폭로한 내용 중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 감찰 무마 사건’ 등은 사실로 인정돼 하급심에서 유죄 판결이 났다. 그의 폭로가 없었다면 이런 비리는 영원히 묻혔을 것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권 검찰은 ‘특감반 첩보 보고서’ 등 5건을 공무상 비밀누설로 기소했고, 법원이 이 중 4건을 유죄로 판단했다.
법원이 유죄로 판단한 근거 중 하나는 김 구청장이 이 4건을 2019년 1월 국민권익위에 부패 행위 신고를 하기 한 달 전쯤 언론에 먼저 누설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익신고자에게 부여되는 정당 행위로 볼 수 없어 공무상 비밀누설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형식적인 논리다. 권력형 비리는 대부분 내부 고발로 드러나지만 고발자 입장에선 권력 내부의 보복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고발자는 대부분 자신을 보호하려고 비리를 언론을 통해 함께 폭로한다. 법원 판결은 이런 현실을 아예 무시한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누가 내부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나설 수 있겠나.
누설 시 처벌하는 ‘공무상 비밀’이란 것은 그것이 알려질 경우 관련 정책 수행에 어려움이 있거나 국가 안보에 저해가 되는 사항이란 것이 상식일 것이다. 공직자의 부정이나 비리가 ‘공무상 비밀’이어서 국민이 알면 안 된다는 것을 누가 납득하겠나. 김 구청장이 폭로한 것은 국가 정책이나 안보 사안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당연히 알아야 할 공직자들의 부정 비리였다. 더구나 그가 폭로한 내용은 대부분 사실로 드러나 관련자들 상당수가 처벌됐다. 사회 공익을 위해 그가 한 역할이 적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도 법원이 일부 지엽적인 내용을 문제 삼아 그에게 징역형까지 선고한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
김 구청장은 대법원 선고 직후 “민주주의 국가에서 공익신고자를 처벌하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고 했다. 법원 판결보다 이 말에 공감하는 사람이 훨씬 많을 것이다. 법원의 이번 판결은 공익 신고 제도를 후퇴시키고 공익 신고자의 싹을 자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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