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신생아 브로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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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프랑스 서북부 작은 마을, 어느 집 정원에서 영아 2명의 유골이 나왔다. 수사 결과 40대 주부 도미니크 코트레가 살해한 제 아기는 총 8명이었다. 사상 최악의 영아 살해 사건이었다. 앞서 2006년 서울 서초구 서래마을에 살던 프랑스 주부는 1999, 2002, 2003년 출산 직후 영아 셋을 벽난로에 던지거나, 냉동고에 넣어 살해했다. 그녀는 2010년 가석방됐다. 정신 질환의 일종인 ‘임신거부증’으로 해석됐다.
▶수원의 30대 주부 고모씨가 2018, 2019년 출산 다음 날 신생아를 살해해 냉동실에 보관해 오다 23일 구속됐다. 남편과 세 아이가 있는 고씨는 “생활이 어려워서 그랬다”고 했는데, 아직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아기를 버리는 ‘유기(遺棄)’ 사건은 이보다 잦다. 20세 여성은 2021년 병원에서 출산한 뒤 인터넷에서 만난 사람에게 아기를 넘겨 최근 구속됐다. 감사원은 병원 출산 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영·유아가 2236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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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0대 미혼모가 출산 다음 날 중고 물품 인터넷 마켓에 이런 글을 올렸다. “20만원 주면 아기를 입양시켜 주겠다.” 10~20대 초 산모가 저지르는 사건은 ‘가출→동거→원치 않는 임신→미혼모→유기, 매매, 살해’ 구조인 경우가 많다. 30대 이상 경우는 주로 혼외자 출산인 경우다. 전문가들은 “부모가 아이를 키울 수 없어 ‘베이비 박스’에 두고 가는 경우가 연간 100~200건이고, 그보다 많은 아기가 유기, 매매, 살해될 것”이라 추정한다. 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사회경제적 요인이 크다고 한다.
▶법적 기록이 없는 이른바 ‘유령 아기’ 브로커가 최근 경찰에 잡혔다. 대구경찰청은 4년간 신생아 4명을 사들인 30대 여성을 구속했다. 온라인에는 ‘임신했는데 도와주실 분’ ‘#불임부부’ 식의 글이 올라왔다 지워진다. 브로커들은 이런 여성에게서 아기를 ‘구입’해 입양 가정에 팔아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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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출생증명서가 없어도 출생신고가 되는 ‘인우보증제’가 영아 유기, 불법 입양 논란으로 2016년 폐지됐다. 그러자 이번엔 병원에서 낳고, 출생신고를 안 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결국 정부가 출산 직후 병원이 지자체에 통보하는 ‘출생통보제’를 준비 중이다. 이러면 불법 낙태와 음지 출산이 늘 것이란 걱정이 나온다. 전근대적 ‘혈족 중심주의’가 없어지지 않는 한 근본 대책이 나오기 어렵다. 이런 글을 쓰다 보니 생각나는 구절이 있다. ‘아기는 세상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신(神)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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