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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잠수정 '타이탄'

빠꼼임 2023. 6. 22. 06:46

심해 밑바닥, 활화산, 조스와 헤엄… 수억원 내고 목숨건 관광

‘갑부들의 극한 체험’ 실태와 비용

입력 2023.06.22. 03:00업데이트 2023.06.22. 06:07
 
미 해안경비대 제이미 프레데릭 대장이 20일(현지시각) 보스턴 해안경비대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관광잠수정 '타이탄' 수색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 24배 면적 넓이 해역을 수색했으나 아직 진전이 없다고 한다. 5명이 탑승한 타이탄 내부엔 21일 현재 히루치 정도의 산소만 남았을 것으로 추정돼, 구조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AFP 연합뉴스

북대서양 수심 4000m 아래로 1912년 침몰한 대형 여객선 타이태닉호를 보러 갔던 심해(深海) 관광 잠수정 ‘타이탄’이 자취를 감춘 지 나흘째인 21일(현지 시각) 수색·구조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미국 해안경비대는 이날 “코네티컷주 면적(서울의 24배)만큼 훑으며 모든 가용 자원을 총동원했다. 믿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한 임무”라고 했다. “수색대 음파 탐지 도중 잠수정을 쾅쾅 두들기는 듯한 소리가 30분 간격으로 들렸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광활한 바다에서 타이탄의 위치 파악이 매우 어려운 작업이라는 뜻이다.

탑승자 명단도 드러나고 있다. 애초 알려진 영국 억만장자 해미시 하딩 외에 이 잠수정 운영사 오션게이트 엑스퍼디션의 최고경영자(CEO) 스톡턴 러시도 타고 있었다. 파키스탄계 영국 재벌 샤자다 다우드와 아들 술레만, 타이태닉호 탐사 전문가로 ‘미스터 타이태닉’으로 불리는 폴 앙리 나졸레도 탔다고 확인됐다.

타이태닉과 타이탄 - 1912년 침몰한 ‘타이태닉호’를 보러 가는 심해 관광에 사용된 잠수정 '타이탄'(가운데). 아래는 해저의 타이태닉호를 여러 각도에서 찍은 사진 70만장으로 구현한 3D 이미지로, 심해 지도 제작 회사가 지난달 처음으로 공개했다.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 AP 연합뉴스

1인당 비용이 25만달러(약 3억2000만원)인 ‘타이탄’의 관광 계약서엔 “탑승 시 장애·부상·트라우마·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최첨단 조명과 수중 음파탐지기(SONAR·소나) 같은 장치는 있어도 모선(母船)과 연결하는 케이블 등 안전장치는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2018년 오션게이트 임원은 회사에 소송까지 걸면서 “타이탄을 해저로 내려 보내면 심각한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해고만 됐을 뿐, 안전 강화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다. 해양과학기술학회 등 여러 기관이 이 회사에 “재앙적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경고해 왔는데 대부분 무시당했다고 한다.

수심 4000m까지 내려가는 유인 잠수정은 타이탄을 비롯해 세계에 5개뿐이다. 핵잠수함이 보통 수심 300~400m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500~700m 정도가 한계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초소형 잠수함에 몸을 맡기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 수 있다. BBC는 “타이탄이 발견되더라도 구조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유인 잠수함은 사실상 없고, 미 해군이 보유한 최첨단 무인 잠수정이 구조 작업을 수행 가능하다”고 전했다. 지난해 7월 타이태닉 잔해 탐사를 다녀온 미국 애니메이션 ‘심프슨’ 작가 마이크 라이스는 “위험에 대해 명확한 경고를 받았다. 사망할 수 있다고 인지하고 잠수정에 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말했다.

 

이 같은 ‘목숨 건 관광’은 비용까지 비싸 대중적 인기를 끌지는 못한다. 하지만 평범한 취미론 만족하지 못하는 일부 최상위 갑부들 사이에선 이 같은 ‘익스트림(extreme·극한) 관광’ 붐이 이는 상황이다. ‘쇼크(shock·충격) 관광’ ‘고위험 관광’이라고도 불린다. 목숨이 위협받을 정도로 위험하거나 일반인의 접근이 극도로 어려운 장소로 가서 극단적 위험을 무릅쓴 활동을 하는 여행을 가리킨다. 온갖 전문 기술과 인력이 동원되고, 소수 정예로 운영되기 때문에 수억원을 내야 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도 시장 규모는 매년 두 자릿수씩 성장해, 2032년엔 6000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WSJ은 전했다.

대표적인 극한 관광으론 우주 무중력 체험이 꼽힌다. 스페이스X·블루오리진·버진갤럭틱 등 민간 우주 회사들이 판매하는 우주 무중력 체험은 10분 안팎에 5억원 정도가 드는데 각국 부호 수천 명이 예약 대기 중이다. 지구 상공 400㎞에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 방문 상품은 1인당 600억원이 넘는다. 이 기세를 몰아 ISS에 440명 수용 규모의 우주 호텔을 짓는 계획까지 추진되고 있다. ‘타이탄’에 탑승한 항공기 회사 회장 하딩은 지난해 블루오리진의 유인 우주관광여행 탑승자이기도 했다.

극지방 관광이나 위험지대 여행도 인기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남극대륙 탐사·관광객 수는 1993년 6500명에서 2019년 5만6000명으로 늘었고, 올해는 연 10만명으로 폭증할 전망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스키 타기, 잠비아·짐바브웨 빅토리아 폭포의 가장 위험한 ‘악마의 웅덩이’에서 수영하기, 니카라과의 활화산 오르기, 멕시코 해안 상어 떼와 수영 등 점점 더 위험한 상품이 끝없이 개발된다. 명품과 최고급 집·차 등 모든 것을 소유한 ‘수퍼리치(최상위 부자)’들 사이에선 누가 더 희소하고 특별한 경험을 했는지가 차별화 요인인데, 이런 여행이 그 수요를 충족시켜준다고 한다.

한편에선 자기만족을 위한 극한 체험에 거액을 탕진하는 갑부들의 행태에 대한 비난 목소리도 나온다. 티머시 스나이더 예일대 역사학과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과거 부자들은 공동체의 발전을 고민했다. 지금의 갑부들은 우주여행이나 영생 프로젝트 등 이기적인 목표에만 골몰한다”고 했다.

영국 억만장자인 '액션항공'의 회장 해미시 하딩. 스스로를 '탐험가'로 소개하며, 지난해 블루오리진의 우주관광에 이어 이번에 심해 타이타닉호 관광 잠수정 '타이탄'에 탑승했다. /액션항공
파키스탄계로 영국에서 비료회사와 투자사 등을 운영하는 재벌인 샤자다 다우드(오른쪽)와 아들 술레만. 이번에 '타이탄'에 탑승한 수퍼리치 중 유일한 가족이다. /트위터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의 심해 관광 잠수정 타이탄이 평소 대서양에서 잠수에 들어가는 모습.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는 2000년 우주 개발 기업인 블루 오리진을 창업했다. 베이조스 뒤로 보이는 것은 민간인 우주관광객을 태우는 로켓 뉴 셰퍼드의 발사체. /블루 오리진
한 남극 전문 여행사가 내놓은, 크루즈 타고 빙하와 펭귄을 구경하는 관광상품의 이미지 사진. /인스타그램
아프리카 잠비아와 짐바브웨에 걸쳐있는 세계 최대 폭포 '빅토리아 폭포'에서 가장 위험하다는 '악마의 웅덩이(Devil`s Pool)'에서 다이빙과 수영을 하는 관광상품도 있다. /여행전문지 '패스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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