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에 나는, 일탈을 꿈꾼다
오늘은 내 주변 노인들의 이야기. A는 암 병동에 입원 중인 암 투병 환자다. 그는 외출할 때마다 명품을 사서 암 병동으로 배달시킨다(그는 부자다). 그때마다 의아한 표정을 짓는 점원에게 “한 방 먹이는 기분”이라고 했다.

실버타운에서 만난 B는 하루하루가 지루하고 밥 먹는 것 외에는 낙이 없다고 푸념한다. C는 하루 종일 트레이닝복 바람으로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뛰고 달린다. D는 눈에 띌 때마다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다. 아무와도 말을 섞지 않는 사람도 있다. E는 자식들이 억지로 데려다 놓았다고 매일 원망과 분노를 터뜨린다. 같이 맞장구를 쳐줘야 대화가 이루어지는데, 나는 그럴 만한 변죽이 없어 침묵이 흐른다.
하지만 이 안에서도 매일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사람이 많은 듯하다. 과거부터 해오던 일을 계속하는 사람들. 교회, 봉사 활동, 취미 생활을 할 수 있는 날까지 해보겠다는 사람들....
나? 나는 그런대로 잘 살고 있다. 끼니때마다 뭘 먹을까 고민 안 해도 되고, 하기 싫은 운동도 거의 매일 조금씩 흉내는 낸다. 프로그램도 대체로 쫓아다닌다.
나는 새로운 일탈을 꿈꾼다. 90이 되어서야 비로소 꿈꾸게 된 그 무엇은 무엇일까, 궁리해 본다. 과거로부터 오늘까지 나 스스로를 얽매어 온 일종의 강박증? 지키지 않아도 되었던 허구의 규칙들을 하나씩 깨는 것으로 일탈을 시도해 본다. 그 첫 번째가 건강 염려증 파기.
아직 글씨를 쓸 수 있고, 느낌은 만감이다. 보고 싶지 않아도 보이는 오늘의 뉴스, 굳이 듣지 않아도 들리는 각종 노래 경연 대회, 쏟아져 나오는 건강 정보 등등. 소외된(?) 노인의 나라에 살다 보니 세상은 넓고 볼거리는 차고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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