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의 100세 일기] "김 선생은 잘못을 저지르고 부인한테 사과한 적이 없소?" A교수의 느닷없는 질문이었다. "있기는 하지만 나는 절대로 공처가는 아닙니다"라고 대답했다. 내가 이야기를 먼저 해야 A교수의 고백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아 옛날얘기를 했다. 1960년대 초에 내가 미국에 가 머물고 있을 때였다. 쿠데타를 일으킨 박정희 대통령이 화폐개혁을 단행했다. '환'화를 '원'화로 바꾸면서 옛날 돈을 모두 무효화시켰던 것이다. 그때 한국에 있던 아내는 내가 몰래 숨겨둔 돈이 있지 않을까 의심이 들었다고 한다. 큰딸과 아들에게 "너희들 나와 함께 아버지 서재에 올라가 책갈피를 들춰보자"고 했다. 책 케이스 속에서 지폐 뭉치를 찾아냈다. 미국에 있는 내게는 "귀국하면 가족회의를 열어 따져보아야 할 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