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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의 100세 일기

빠꼼임 2020. 1. 19. 15:40

김형석의 100세 일기

친일파로 비난받았던 한 100세 교수를 떠올리며

조선일보
  •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아무튼, 주말- 김형석의 100세 일기]

일러스트= 이철원
일러스트= 이철원
지난 주간에는 3박 4일에 걸쳐 지방 강연 시간을 가졌다. 두 대학, 사회 단체와 제자가 당회장으로 있는 교회를 방문했다.

공통된 주제 중 하나는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가'였다. 먼저 불행의 조건을 제거하는 노력이 앞서야 하고, 선한 인간관계를 육성하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사회 질서가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사에 나타나는 인물이나 주변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평가를 바로잡아야 한다. 옛날부터 '지혜로운 사람은 상대방의 좋은 점을 찾아 따르지만 어리석은 사람은 남의 단점을 찾아 즐긴다'는 격언이 있다. 우리의 반성을 촉구하는 교훈이다. 한국인은 전통적으로 인물 평가에서 흑백논리를 앞세우는 관습이 강하다. 그러나 백(白)에 가까울 정도로 선한 사람도 없고 흑(黑)에 해당할 만한 지도자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공산주의자들은 모순 논리를 따르기 때문에 선악의 중간성을 배제한다. 그래서 자기네와 같은 위치에 있으면 정의가 되고 그 반대는 불의라는 신념을 극복하지 못한다.

그런 대인 관계와 인간 평가가 불행의 원인이 된다. 이번에 방문한 지방에서도 그랬다. 충남 예산에 가면 예당호가 있다. 주민들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업적으로 농업용수의 혜택을 누리고 있음을 인정한다. 창원에 갔을 때다. 그 지역은 마산과 진해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공화당 때에 창원이 산업단지로 육성되면서 모범 도시가 되었고, 지금은 경남의 중심 도시로 탈바꿈했다고 한다. 지방을 다녀보면 국토 건설에는 박정희 대통령의 업적이 컸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그 기간에 우리 국민이 절대 빈곤에서 벗어났다는 사실도 인정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박정희 정권의 정치적 실책과 과오를 용서받을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유신 시절부터 전두환 정권까지는 민주주의의 암흑기였다. 정치적 과오가 경제적 건설까지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공(功)과 과(過)의 비중을 따져 취사선택해야 한다. 역사적 사실은 누구도 바꿀 수가 없고 은폐하거나 조작해서도 안 된다.

나는 지금도 신문에서 본 기사를 잊지 못한다. 서울 음대의 김성태(1910~2012) 교수가 백세를 맞이하는 축하연을 열었을 때 일이다. 친지들과 제자들이 모여 있는데 언론사 기자들이 나타났다. 축하받고 있던 김 교수가 기자들에게 달려가 "나 친일파 아니야. 오히려 애국했어요"라고 했다. 기자들이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내가 친일파 명단에 들어가 마음 아팠는데 젊었을 때 항일했다는 글과 증거가 나와서 보여줬더니 명
단에서 빼주었다"는 얘기였다.

나는 무슨 목적으로 80~90년 전 친일 사건을, 그것도 잘한 일은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잘못한 일만 문제 삼아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게 가벼이 국민의 인격을 취급해도 되는지 묻고 싶어진다. 인간의 존엄성과 인격의 가치는 정치 목적의 제물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인간애를 배제하면 행복은 존재할 입지를 상실하는 법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5/17/201905170205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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