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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에 주는 물이 아깝냐” 대한항공 승무원, 사직서 내기 전 작심 글

빠꼼임 2023. 2. 18. 08:32

“고객에 주는 물이 아깝냐” 대한항공 승무원, 사직서 내기 전 작심 글

입력 2023.02.17 15:39
 
대한항공 한 승무원이 사직서를 내기 전 사내 커뮤니티에 쓴 글이 온라인에서 화제다. 해당 승무원은 자사 고객 서비스의 퀄리티가 떨어진 점을 지적했는데, 이를 보고 최근에 대한항공 여객기를 탔다는 네티즌들은 “나만 이렇게 느낀 게 아니다”라며 글에 공감을 표했다.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출국장으로 향하는 대한항공 승무원. 2020.2.26/뉴스1

16일 오전 107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스마트컨슈머를 사랑하는 사람들(스사사)’에는 “대한항공 승무원이 사직서 내면서 사내게시판에 쓴 글”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친구가 승무원인데 제가 만날 때마다 외항사와 서비스 차이가 너무 많이 난다고 징징거렸다. 그랬더니 오늘 아침 이런 글이 올라왔다고 보여줬다. 구구절절 맞는 말이라 올려본다”며 대한항공 승무원 A씨가 쓴 글을 올렸다.

글에서 A씨는 “제발 아낄 걸 아껴라”며 승객들에게 제공되는 물, 기내식, 어메니티(편의용품) 등의 낮아진 퀄리티와 적은 양에 대해 불만을 표했다.

먼저, 물에 대해선 “중거리 이코노미 (고객에게) 물 330ml 주는 게 그렇게 아깝냐. 이륙 전부터 물 달라고 하는 통에 이륙준비 하랴, 물 나가랴 정신이 없다 진짜. 장거리 때도 330ml 하나 겨우 세팅 해놓고 최소 10시간 넘는 장거리 승객당 엑스트라(추가)로 한병씩 더 못줄만큼 실어주는 게 말이 되냐”고 지적했다. 현재 대한항공은 장거리 노선 이코노미, 중거리 노선 비즈니스 이상 승객들에게만 330ml 생수를 제공한다. 추가로 생수를 요청하면 승무원이 종이컵에 물을 따라서 준다.

인천국제공항에 계류 중인 대한항공 여객기/뉴시스

A씨는 “외국인 승객이 와서 물 한병만 더 달라는데 없어서 컵으로 주겠다고 하니까 당황하더라. 결국 빈통에 물 담아 달래서 담아주는데 얼마나 민망한지. 다른 승객은 물 종이컵에 두세잔씩 가져다 줬는데, (승객) 본인이 미안하다고 1.5L 물병 그냥 달라하는데 그것도 그 사람 주면 다른 사람들도 다 달라하니 그렇게 못하는 상황이 진짜 어이가 없음”라고 했다.

기내식에 대해선 “코로나 이후 기내식 양도 줄고 맛도 없어진 거는 이미 다 아는 사실”이라며 “남성 승객들은 양이 적다면서 하나 더 달라하는데 요즘 기내식수가 승객수에 딱 맞게 실어줘서 더 줄 것도 없다. 기내식양 늘리고 퀄리티 신경 좀 써라”고 했다.

어메니티에 대해선 “비즈니스는 진짜 내가 승객이어도 갖고 싶은 마음이 안 생긴다. 중거리 노선 비즈니스는 왜 어메니티 안 주냐. 티켓값은 외항사보다 더 받으면서 수준은 점점 떨어지는지”라고 했다.

또 A씨는 승무원들에게 제공되는 식사도 형편없다고 토로했다. A씨는 “이코노미 노선 크루(승무원)들 요즘 장거리마다 남은 음식 샐러드만 있어서 그거 먹거나, 아님 각자 김밥이나 대체품 싸서 비행다니는 거 아냐. 10시간 넘는 비행에 샐러드나 라면 먹고 비행하는 게 힘들어서 식사 가지고 다니는 후배들 보면 아무 생각 없으시냐”라고 했다. 심지어 A씨는 기내식이 부족하면 승무원들이 먹는 크루밀(승무원 기내식)을 승객에게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A씨는 “크루밀은 크루먹고 승객들 주지 않는 게 당연한 건데 이마저도 안 지키는 이곳의 현실이 참담하다”며 “다른 항공사들은 크루밀 외에 크루 간식도 실린다는데 여긴 오히려 내 몫인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일하는 현실. 노예도 밥 주면서 일 시키는 건데. 더 이상 미래가 없어서 저는 떠난다. 나가는 입장에서 위에 경영진이 한 번이라도 봤으면 좋겠다 싶어서 써봤다”고 했다.

해당 글 밑에는 A씨의 글이 공감된다는 댓글이 쏟아졌다. 스사사 회원 B씨는 “진짜 물은 백번 인정이다. 심지어 단거리랑 동남아 낮 비행기는 주지도 않는다. 와인컵도 작고”고 했다. 회원 C씨는 “티켓 가격에 진심 퀄리티 너무 낮다. 파리 갈 때 비즈니스 퀄리티가 에어프랑스랑 너무 비교되더라. 식사, 라운지, 어메니티, 좌석까지 모두 부족하게 느꼈다”고 했다. 회원 D씨는 “장거리도 계속 물 달라고 하는 거 불편해서 저는 그냥 돈 주고 여러개 사서 탄다”고 했다.

회원 E씨는 “작년 여름에 유럽갈 때 대한항공 탔다. 비행시간 14시간인데 물도 작은 거 하나 주고 그 이후론 종이컵에 받아 마셨다. 기내식도 2번에 간식 1번인데 텀이 길어서 배고프니 다들 라면 드시더라. 요청했더니 라면 다 떨어졌다고”라고 했다. 회원 F씨는 “1월부터 김포-하네다 구간 이코노미 식사 때 맥주도 없앴더라. 라운지도 가관. 76만원 주고 끊은 이코노미. 배신감 든다”라고 했다. 회원 G씨는 “물도 그렇고 비빔밥이 너무 작아졌더라. 기내용 슬리퍼는 기름종이처럼 얇더라. 영혼까지 쥐어짜는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대한항공을 타는 건 직원들이 열심히 해주고 사고시에도 대처를 해주니까”라고 했다.

이 글은 빠른 속도로 다른 커뮤니티에 퍼졌고, 대부분 네티즌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최근 대한항공을 통해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다녀온 홍모(29)씨는 조선닷컴에 “큰 마음 먹고 국적기로 예약했는데, 어메니티나 기타 서비스에서 외항사와 비교했을 때 큰 만족감을 느끼지 못했다. 여행 후 블로그, 유튜브 후기를 보니 외항사 비즈니스 서비스가 더 좋아 보였다”고 했다.

한 대한항공 직원은 조선닷컴에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등에는 이미 A씨 글과 비슷한 글들이 그동안 여러 차례 올라왔다고 전했다.

대한항공 측은 크게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 A씨 글에서 틀린 부분도 있다고 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선닷컴에 “기본적으로 생수 330ml를 제공하고, 이후에 물을 요청하면 종이컵에 따라준다는 내용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물을 부족하게 준비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승무원 식사를 손님들에게 제공한다는 건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이 외에 기내식이나 어메니티 퀄리티 지적은 그동안 꾸준히 나온 이야기라고 했다.

◇ 대한항공, 마일리지 개편으로도 ‘시끌’

최근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문제로도 시끄럽다. 대한항공은 보너스 항공권과 좌석 승급 마일리지 공제 기준을 ‘지역’에서 ‘운항 거리’로 바꾸는 스카이패스 제도 개편안을 4월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단거리는 유리해지고, 장거리는 불리해진다.

개편 전 ‘인천~뉴욕’ 항공권(편도 기준) 이코노미석 3만5000마일, 프레스티지석 6만2500마일, 일등석 8만마일이었으나, 개편 후 4월부터는 각각 4만5000마일, 9만마일, 13만5000마일이 필요하게 된다. 반면 ‘인천~삿포로’ 항공권은 1만5000마일에서 1만1250마일로, 인천~하노이 노선은 2만마일에서 1만7500마일로 공제 마일리지가 준다.

문제는 정작 고객들이 단거리 구간에는 저가 항공편을 이용하고, 장거리를 갈 때 대한항공 마일리지를 주로 쓴다는 것이다. 또 마일리지 항공권 수가 적어 구매 자체가 어렵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주무 부처인 국토부 원희룡 장관은 “빛 좋은 개살구”라며 대한항공 마일리지 규정을 비판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우선 ‘전체 좌석의 5% 안팎’인 마일리지 좌석을 더 늘리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