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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조카 SM대표가 이수만에 등돌린 이유

빠꼼임 2023. 2. 18. 08:36

소송 예고장이 불씨였다, 처조카 SM대표가 이수만에 등돌린 이유

입력 2023.02.17 13:26
 
“어떤 회사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고 싶어 한다. 누가 필요할까요? 이수만을 영입하고 싶지 않을까요? 그분을 영입하기 위해 매출의 6%를 지급해야 한다? 저는 그런 계약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2022년 3월 28일 삼프로TV 中)

“저는 창업자 이수만 선생님의 욕심과 과오를 지금, 여기에서 멈춰야만 했습니다.”(지난 16일 개인 유튜브 채널 영상 中)

최근 1년 사이 한 사람에게서 나온 발언들이다. 바로 이성수 SM공동대표의 입으로부터 말이다. 1979년생인 이 대표는 처조카로서 네 살 때부터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와 연을 맺어왔다. 대학생 시절 SM 팬 관리 업무 아르바이트생으로 입사, 2005년 A&R 정직원, 2009년 A&R 팀장, 2015~2020년 SM 프로듀싱본부장 등을 거쳐 2020년 탁영준씨와 SM공동대표로 취임했다. 한때 가요계에선 ‘이수만 친위대’로 불렸다. 지난해 3월 주총 직후까지도 ‘얼라인’ 측에 맞서 이 전 총괄을 수 차례 옹호해서다.

이성수 SM엔터테인먼트 대표(왼쪽)와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 /뉴스1

그런 그가 왜 이수만 전 총괄에게 등을 돌렸을까.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원인은 올해 1월 15일 행동주의펀드 얼라인 파트너스 측이 한 법무법인을 통해 SM에 보낸 ‘소제기 청구서’였다. SM과 이수만의 개인회사 라이크기획 간 불공정 계약에 관해 주주대표소송을 예고한 이 청구서의 배상책임 대상이 이 총괄과 그의 측근들로만 적혔던 것. 반면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와 박영준 사내이사의 이름은 없었다. 최근 SM 임직원에게 현 경영진 비판 메일 보냈던 조병규 SM 사내 변호사는 “청구서 내용대로면 라이크기획 계약을 묵인하고 연장해 온 책임이 SM 공동대표에게 있음에도 이들만 쏙 빠져 있었다”며 “이때부터 (이수만) 선생님께서 이상함을 감지하셨던 것 같다”고 했다.

◇불씨 된 얼라인 ‘소송 예고장’

본지가 해당 소제기 청구서를 입수해 살펴본 결과, 얼라인이 당시 문제 삼은 이사회 결의는 2015년~2021년에 걸친 총 다섯 건이었다. 이 기간 동안 SM 이사회가 이수만의 개인회사 ‘라이크기획’이 SM으로부터 ‘연간 정산대상매출액의 6%’를 프로듀싱 로열티 명목으로 지급받도록 승인·연장해 온 것을 문제 삼았다. ‘총괄 프로듀서(이수만)에겐 이익, 회사에는 불이익인 불공정 계약’이란 것이다. 음반·매니지먼트·MD(굿즈)사업 등 다양한 매출 종류를 하나로 통합해 이수만에게 로열티를 떼주는 ‘단일요율’ 방식도 지적했다. 이런 식으로 해당 기간 총 1100억원이 SM으로부터 이수만에게 흘러갔다는 것이다. 얼라인은 이 청구서를 보내기 전 지난해부터 이 전 총괄의 불공정 계약 건을 압박하며 SM의 이사회 의사록 등을 열람했다.

문제는 그 책임대상 명단이었다. 얼라인은 이수만 외에 ‘김영민, 한세민, 남소영, 정창환, 이강복, 채희만’ 등 지적된 기간의 사내·외 이사진 일부만을 올려놨다. 모두 ‘이수만의 최측근’들이다. 김영민과 한세민 전 SM 공동대표는 각각 가수 보아의 미국과 일본 매니저를 담당한 SM 개국공신이며, 남소영 현 키이스트 대표는 보아의 일본 진출을 도우며 SM재팬을 키웠다. 정창환 전 SM C&C 대표는 SM 대표 프로듀서로 2017년까지 SM타운 콘서트 기획을 담당했다. 이강복·채희만씨는 각각 이수만과 서울대·경복고 동문이자 절친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 명단에서 공시 기준으로 2018~2021년 SM 이사회에 속해 있었고, 라이크기획 계약 연장건에 수 차례 찬성표를 던졌던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와 박준영 사내이사, 지창훈 사외이사의 이름은 빠져 있었다. 이들은 현 SM 이사회 멤버들로, 지난 7일 카카오와 SM의 지분 거래 안건에는 지창훈 이사만이 반대표를 던졌었다.

얼라인은 특히 이 청구서에서 ‘2021년 3월 30일자 이사회 의결’을 문제 삼았다. 2020년 9월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라이크기획이 받는 로열티 요율과 계약 기간이 ‘위법하다’며 약 202억 원의 추징금을 물었음에도 또 다시 같은 계약 조건을 승인했다는 것. 또한 이 의결로 이수만이 SM과의 자문 계약 종료 후에도 로열티를 받을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여기서도 당시 의결에 찬성표를 던졌던 이성수·탁영준·박준영·지창훈, 현 이사회 인원들은 일절 거론하지 않았다.

◇얼라인, “압박 카드 남겼던 것”

얼라인 이창환 대표는 이에 대해 “당연히 현직 이사들도 소송한다고 했다. (이런 건) 원래 한꺼번에 다 하지 않는다. 다음에 뭐 하겠다, 계속 (압박) 카드를 남겨둬야 한다”며 “우리가 이메일로 (소송 예고장 보내기 전후) 현 경영진을 압박했던 내용도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라이크기획 계약 자체는 2015년부터 이수만이 (이사들을) 시켜 체결한 것”이라며 “결국 제일 원흉은 이수만”이라고도 했다.

이수만 측에 따르면 이 청구서가 날아온 1월 15일은 공교롭게도 이·탁 공동대표가 ‘회사를 바꿔야 한다’며 제안한 사외이사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 프로듀싱 권한 분산, 내부거래위원회 설치 등을 모두 수용해 대외발표를 시작한 날이었다고 한다. 다만 이수만은 얼라인 측의 이사회 진입과 기관에 이사 추천권을 넘기는 것만은 반대했다고 한다. 이후 이 소제기 청구서로 인해 관련 공표 계획이 사실상 무산됐고, 이 때부터 이 대표와 연락이 잘 닿지 않기 시작했다는 게 이수만 측의 주장이다. 반면 얼라인 측은 이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 15일 발표는 잘 이뤄졌지만 당시 사외이사를 또 이수만 측에서 추천하겠다고 했다. 우린 지배구조 개선하지 않으면 1월 20일 소송에 들어가겠다고 예고한 상태였다”고 반박했다.

이후 이수만은 1월 19일 김앤장법률사무소로부터 다음 내용의 ‘라이크기획 관련 현안 검토’ 보고서도 전달받았다고 한다. “라이크기획과의 거래가 부당지원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돼 고발되는 경우 거래에 지시·관여한 임직원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음”.

이성수 SM엔터테인먼트 대표(유튜브 갈무리)

이성수 대표도 지난 16일 폭로 영상에서 “1월 17일 더 이상 거수기 역할을 하지 않겠다”는 문자를 이수만에게 보냈고, “함께 해 준 두 분 사내 이사님(탁영준 대표·박영준 이사) 덕분에 얼라인과의 12가지 합의 발표(1월 20일)로 이수만과의 관계를 끊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거론된 합의에는 얼라인이 SM 측에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조건도 함께 들어있었다.

이후 2월 3일에는 이수만 없는 미래가 담긴 ‘SM 3.0′, 7일에는 카카오가 SM의 2대 주주가 됐음이 발표됐다. 같은 날 이수만 전 총괄은 “1월 20일부터 SM 경영권 분쟁이 심화됐다”며 법원에 SM의 신주·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 소송을 냈다. ‘라이크기획’의 그림자가 결국 SM 창업주와 처조카 사이를 갈라놓은 것이다.

하이브 측은 최근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새 이사진 후보에 현 경영진을 넣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지난 16일 이성수 대표가 “하이브가 이수만의 해외개인회사 CTP를 통한 역외탈세 의혹을 묵인했다”고 주장한데 대해서도 “문제가 많은 계약을 체결한 게 사실로 확인되면 이를 승인한 SM 내 주체들이 누구였는지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힌 상태다. 국세청도 현재 CTP 관련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 조사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