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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언 출신 젤렌스키는 국민영웅으로

빠꼼임 2023. 2. 22. 08:08

코미디언 출신 젤렌스키는 국민영웅으로… ‘국제 왕따’ 된 푸틴, 대공세로 반전 노리나

[우크라이나 전쟁 1년] 두 지도자의 달라진 처지

입력 2023.02.22 03:00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1주년을 맞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운명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한때 러시아의 부흥을 상징하며 세계적 주목을 받던 21세기판 ‘차르(Czar·러시아 황제)’를 꿈꾼 제국주의적 망상가 취급을 받고 있다. 반면 코미디언 출신으로 “대통령 자질이 의심스럽다”는 평가를 받던 젤렌스키는 수도 키이우를 끝까지 지키며 우크라이나의 민족 지도자이자 자유 민주주의 진영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푸틴은 전쟁 초기 유럽 각국 여러 정치인의 심정적 지지를 받으며 자신의 국제적 영향력을 과시했다. 푸틴과 깊은 관계를 맺어온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등은 “러시아 입장도 이해해야 한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이 아닌 러시아와 외교를 통한 사태 해결을 주장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은 한때 푸틴과 직접적 소통에 주력했다.

하지만 푸틴은 현재 과거와 같은 국제적 영향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서방 정상들은 일제히 푸틴을 ‘침략자’로 비난하고 있고, 주요 20국(G20) 등 국제 행사에서 그를 배제했다. 중국과 이란·북한 등 권위주의 독재 국가와 외교적 중재자를 자처하는 튀르키예 및 일부 중동 국가를 빼면, 국제사회는 그를 완전히 외면하고 있다. 서방의 연대가 강화하고, 대러 제재 수위가 점점 높아지면서 이런 현상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러시아 내 리더십도 위협받고 있다. 그는 지난해 3월부터 군 퇴역 장교와 일부 군 전문가로부터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전쟁 의지를 너무 얕봤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서방의 전방위 경제제재로 러시아 경제가 2% 이상 역성장하면서 국민의 불만이 높아졌다. 특히 지난해 9월 부분 동원령으로 30여 만명이 징집되면서 대규모 반대 시위가 일어 민심이 급격히 악화했다. 푸틴은 최근 외부 행사를 줄이고, 주변에 민간인으로 위장한 경호원을 대거 배치하는 등 신변 위협에 민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폴란드 대통령 만난 바이든 - 21일(현지 시각)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를 찾은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와 반대로 젤렌스키의 국내외 위상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는 전쟁 발발 이후 거의 매일 밤 소셜미디어로 대국민 영상 담화문을 내며 자국 군과 국민의 저항을 독려해왔다. 또 화상회의를 이용해 미국·캐나다·독일·프랑스·한국·일본 등 각국 의회에 영상 연설을 보내 지원을 호소했다. 이 같은 방식은 2차 대전 당시 라디오를 통해 영국 국민의 저항 의지를 북돋은 윈스턴 처칠 총리의 대독 항전 메시지와 비교되며 정치학계에서도 크게 주목받고 있다.

젤렌스키는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뿌리 깊은 정경 유착과 부패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 우크라이나는 1991년 독립 이후 정부 소유 기업이 해체되는 과정에 정치인과 올리가르히(재벌) 사이에 심각한 유착 관계가 생겼다. 젤렌스키 역시 올리가르히와 아제르바이잔 계열 석유 재벌과 유착 의혹이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에 부패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젤렌스키는 최근 정부 내 주요 관료를 교체하고 조사하는 등 급진적 부패 척결에 뛰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