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202] 국회의원은 국민보다 더 평등한가?
“이젠 눈이 보이지 않는군.” 클로버가 말했다. “젊었을 때도 난 저기 씌어 있는 글들을 읽지 못했어. 그런데 저 벽이 좀 달라진 것 같지 않아? 일곱 계명이 그대로 있긴 있는 거니?” 벤자민은 이런 일에 끼어들지 않는다는 자신의 규칙을 이번 한번만은 깨기로 하고 벽에 씌어 있는 글들을 클로버에게 읽어주었다. 일곱 계명은 오간 데 없고 단 하나의 계명만이 거기 적혀 있었다. 그 계명은 이러했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하다.’ - 조지 오웰 ‘동물 농장’ 중에서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동료 의원들이 반대하면 ‘현행범이 아닌 이상, 회기 중’엔 체포되지 않는다.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는 그러한 면책특권 포기를 공약했다. 보궐선거 때도 국회에서 상정되면 ‘100% 동의’하겠다고 호언했다. 국회에 입성, 민주당 대표가 된 그에 대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권을 포기할 것인가 묻자 그는 ‘상황이 다르다’고 답했다.
메이너 농장의 동물들은 죽어라 일만 시키고 자기 배만 불리는 것 같은 주인을 쫓아낸다. 그들은 동물이 주인이 되는 농장을 운영하겠다는 돼지 나폴레옹을 따르며 다 같이 살기 좋은 세상을 꿈꾼다. 그러나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고 천명한 일곱 개의 계명은 차례로 지워진다. 농장에는 평등하게 고통받는 다수의 동물들과 소수 지배자들의 방종과 특권만 남는다.
그래도 구속 가능성을 열어두긴 싫을 것이다. 27일 열릴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국회의원도 잘못하면 소환되어야 한다’는 주장 뒤에 ‘나만 빼고!’라는 말을 감춰놓았다는 걸 시인하는 셈이 된다. 민주, 정의, 평등을 큰소리로 주장하는 집단일수록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더’ 평등하다. 자기 자신은 그 모든 사람들보다 ‘훨씬 더’ 평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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