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최명의 ‘설거지론’
[아무튼, 줌마]

주말판을 만들다 보니 그 주 지면에 대한 피드백을 토요일 아침에 주로 받습니다. 하필 늦은 아침밥을 먹은 뒤 설거지하는 타이밍에 쏟아져 전화도 못 받고 답장도 늦기 마련인데, 지난주에도 꼭 그랬습니다.
모처럼 이인호 전 대사님이 노라노 선생 인터뷰를 찾을 수 없다며 전화하셨는데, 설거지에 몰두하느라 재깍 받을 수 없었던 것이지요. 나중에 전화해 설거지 운운했더니 이 대사님 깔깔 웃으며 최명 서울대 명예교수의 설거지론을 읽어봤느냐 묻습니다. 올해 83세 된 최명 교수가 작고한 김동길 선생 홈페이지에 2년 반 연재한 글을 묶어 책을 냈는데, 제목이 <이 생각 저 생각>이라고 했습니다. 거기 ‘설거지론’이 나오는데 아주 일품이라는 거였지요.
며칠 전 교보에 가서 찾아 읽어보니 과연 명문입니다. 스미스의 국부론, 맬서스의 인구론도 울고 갈 최명의 설거지론인데, 은퇴 후 설거지를 도맡아한다는 노(老)교수는 자신의 설거지법을 ‘이순신 전법’이라 명명해 웃음이 빵 터졌지요. “먼 남쪽 바다로 침노하는 왜군을 오는 대로 물리치신 우리 장군 이순신”이란 노래처럼 설거지 거리가 나오면 미루지 않고 바로바로 씻어 물리치는 것이 최명 설거지의 핵심이었습니다.
요리는 낙제이나 설거지는 1등급이라 자부하는 저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는데요, 이를테면 음식 준비 과정에서도 씻을 그릇이 나온다는 것을 알고 아내가 요리하는 동안 도마, 칼, 조리개 등을 즉각 즉각 씻어 엎어 놓는 식이지요. 그릇만 아니라 냉장고 문에 난 손자국도 닦고, 가스레인지에 튄 음식 자국도 닦아내는가 하면, 음식 찌꺼기 거름망까지 헌 칫솔로 말끔히 닦고, 부엌 바닥을 훔치는 것으로 설거지를 마무리하는 고수 중의 고수더군요. 어쩌다 설거지를 하면 그릇은 물이 도로 고이게 앉혀놓고, 거름망엔 음식 찌꺼기가 덕지덕지 붙어 있으며, 부엌 바닥엔 물이 흥건해서 자빠지지 않은 게 다행인 남편을 최 교수님께 과외 보내고 싶을 만큼 감탄하면서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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