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130] 여자만 새조개 샤부샤부
새조개는 펄과 모래가 섞인 수심 40m 내외 내만에 많이 서식한다. 남해안은 광양만, 여자만, 가막만, 득량만 등이 유명하다. 여수를 둘러싼 만이라 새조개 하면 여수를 꼽는다. 하지만 인근에 고흥이나 장흥에서 들으면 서운할 판이다. 그래서 여자만 새조개라 불러본다. 서해안은 천수만에서 1980년대 말부터 새조개가 서식하기 시작했다. 서산지구 간척 사업으로 해양 지질이 바뀌면서 새조개가 서식하기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다.
새조개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은 일본인들이다. 그들은 새조개를 초밥으로 즐긴다. 그 덕분에 1970년대 남해안에서 채취한 새조개는 부산을 통해 일본으로 전량 수출되기도 했다. 이보다 앞서 일제강점기에는 남해안에서 잡은 갯장어와 함께 새조개가 ‘수산 통제 어종’으로 지정되어 순사와 검사관이 채취선 밑바닥까지 조사해 일본으로 가져갔다. 또 1980년대에는 잠수부를 고용해 불법으로 새조개 어장을 약탈하는 해적선이 등장하기도 했다.
당시 여수의 한 마을에서는 마을 새조개 어장을 지키기 위해 밤새 불침번을 서기도 했다. 사기 수법도 동원됐다. 가짜 거북선 총통을 남해 해역에 빠뜨려 일대의 해산물 채취를 금지시킨 뒤, 해저 청소 작업권을 따내는 방법으로 새조개 수확을 독점하는 식이었다. 이런 불법 돈벌이가 기승을 부려 새조개를 바다의 로또라고 부르기도 했다. 새조개는 이동할 때 껍데기에서 나오는 발이 새의 부리처럼 생겨 붙여진 이름이지만, 어부들은 밤이면 새처럼 날아다니듯 멀리 이동한다는 습성 때문에 새조개라고도 말한다.
실제로 새조개가 많아 어장을 샀는데 실제 채취 시기에 바다에 들어가 보면 죄다 이동해버려 텅 비어 있는 것을 보고 아연실색하는 일도 발생했다.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새조개를 샤부샤부로 즐긴다. 멸치, 버섯, 황태, 새우, 다시마 등으로 육수를 만들고 배추, 버섯, 시금치, 부추 등을 새조개와 함께 데쳐 먹는다. 특히 겨울바람을 견디며 자란 시금치와 새조개를 살짝 데쳤을 때 달콤함은 봄을 알리는 바로 그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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