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인 줄 알았다” 승려복 입고 디제잉 하던 ‘일진 스님’ 정체는
화려한 무대 조명 아래 승려복을 입은 채 디제잉하고 있는 남성. 관객들은 마치 클럽에라도 온 듯 디제잉에 맞춰 환호하며 뛰어댄다. 최근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된 이 영상은 사실 부처님오신날을 기념하기 위한 조계사 연등회 행사 중 일부다. ‘디제잉 하는 스님’으로 불린 남성은 올해 연등행사 사회를 맡은 개그맨 윤성호(47)다.
1일 조계사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서울 종로구 종각사거리에서 연등회 거리축제 ‘공연마당’이 열렸다. 연등회는 매년 4~5월 열리는 불교계 최대 축제로, 부처님오신날을 기념하기 위해 시작됐다. 매년 약 30만명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에는 지난 4월 17일 ‘조계사 봉축 도량등 점등식’을 시작으로 지난달 27일까지 진행됐다.
매년 진행되던 행사지만, 올해는 여느 때보다 많은 이목을 끌었다. 이유는 ‘디제잉 하는 스님’ 때문이다. 디제잉 하는 스님은 처음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확산했다. 영상을 보면, 머리를 밀고 승려복을 입는 등 영락없는 ‘스님’의 모습을 한 남성이 무대 한가운데에서 디제잉을 한다. 두 팔을 머리 위로 흔들며 직접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하기도 한다. 관객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이 남성의 구호에 맞춰 환호하고, 뛰고, 춤춘다. 무대 조명은 현란하게 무대와 관객석을 비추고, 불꽃 등 효과도 지속해서 나온다.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었던 연등회 공연에 젊은 세대는 환호했다. 한 트위터 계정에 ‘힙(hip)한 조계사 연등회 행사’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영상은 이틀만에 조회수 약 40만을 기록했다. 리트윗도 4500여회 이뤄졌다. 영상을 접한 네티즌들은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말 그대로 ‘부처 핸즈업’이다” “승려복만 아니었으면 그냥 클럽인 줄 알았다” “정적이고 지루하다는 종교 이미지를 부쉈다” 등이다. “영상을 보고 불교 신자가 되고 싶어졌다”는 네티즌도 있었다.
승려복을 입은 채 디제잉을 하던 남성은 ‘빡구형’으로 알려진 개그맨 윤성호다. 불교신문 홍보대사로도 활동하고 있는 윤성호는 이번 연등회 사회를 맡았다. 그는 ‘빡구형’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자신을 ‘DJ 일진 스님’으로 소개했다. 그러면서 “매일매일 나아가라는 뜻에서 ‘일진’ 스님”이라며 “코로나로 힘든 시간을 겪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멘탈이 무너졌는데, 부처님 말씀으로 치유를 해주면 힘과 용기를 얻지 않을까 해서 디제잉을 하게 됐다”고 했다.
흥천사 주지 각밀스님이 윤성호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이번 연등회 공연에 대한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각밀스님은 “젊은 사람들이 ‘절에 가면 너무 어려워, 힘들어’ 이런 느낌이 많았는데, 우리 일진 스님이 ‘절에 가고 싶다’는 느낌이 들게 했다”며 “(종교도) 변해야 하고,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이번 연등회에서 화제가 된 건 윤성호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20일에는 3인조 혼성그룹 코요태가 연등회 대동한마당 무대에 올라 호응받았다. 이들은 이날 ‘실연’ ‘만남’ 등의 인기곡을 불렀다. 관객석에서는 외국인도 다수 포착됐다. 한 스님은 코요태 노래에 맞춰 정신없이 춤을 추기도 했다. 코요태 멤버 신지는 이날 공연 후 인스타그램을 통해 “가슴이 너무 벅찼다”며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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