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5대륙 최고봉] “삶의 활력소 여기서 찾는다”
▲ 2005년 5월30일 오전 9시30분경 에베레스트 정상. 88년 이후 ‘한 루트 한 팀 등반’ 규정이 바뀌고, 1990년대 이후 상업등반대가 많아지면서 에베레스트 등정자 기록이 해마다 갱신되고 있다.
7대륙 최고봉 등정-. 산악인이라면 한 번쯤 꿈꿔 봤을 목표다. 에베레스트(8,848m)에서 시샤팡마(8,027m)로 이어지는 히말라야 8,000m급 14개 거봉은 하나 하나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위험할 뿐만 아니라 비용과 기간이 만만찮아 시도조차 어려운 도전 대상이다.
반면, 아시아의 에베레스트, 유럽의 엘브루즈(5,642m), 남미의 아콩카구아(6,959m), 북미의 매킨리(6,194m), 아프리카의 킬리만자로(5,895m), 오세아니아의 칼스텐츠(4,884m, 또는 호주의 코시어스코·2,228m), 남극의 빈슨매시프(4,897m)를 일컫는 7대륙 최고봉은 에베레스트를 제외한 나머지 봉들은 적어도 노멀루트라면 도전해볼 만한 대상인 것이다.
게다가 우수한 장비의 개발과 1990년대 들어 상업등반대가 활성화되면서 에베레스트 역시 최고 등반가만이 도전할 수 있는 대상은 아니라는 게 전문산악인들의 귀띔이다.
딕 배스 56세에 첫 완등… 팻 모로는 칼스텐츠 택해 완등
7대륙 최고봉 등정에 처음 성공한 산악인은 미국의 딕 배스(Dick Bass)다. 그는 텍사스주에서 석유사업으로 성공했지만, 50대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도전을 위해 7대륙 최고봉 등정길에 나선다. ‘쉬운 싸움에서 이기는 것보다 어려운 싸움에서 패배하면서 비로소 성장한다’는 소신을 지닌 딕 배스는 56세가 되던 해인 85년 4월30일 네 번째 도전에서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라섬으로써 결국 세계 최초 7대륙 최고봉 완등기록을 세웠다.
딕 배스의 감동적인 도전 과정은 미국의 유명 산악인이자 작가인 릭 리지웨이(Rick Ridgeway)의
▲ 2004년 말 빈슨매시프 정상에 오른 오은선씨와 김영미씨(오른쪽).
최고봉으로서 호주 최고봉 코시어스코를 등정한 딕 배스가 순수 아마추어 산악인으로서 완등했다면, 오세아니아 최고봉 칼스텐츠를 택한 캐나다 산악인 팻 모로(Pat Morrow)는 전문 산악인이다. 86년 8월5일 완등한 그는 82년 10월 캐나다 산악인 최초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라섰을 뿐 아니라 캐나다로키와 히말라야에서 많은 등반활동을 펼쳤다. 등반기사와 사진으로도 명성이 높은 팻 모로의 7대륙 등정사진은 캐나다 우표에도 사용됐다.
현재 국내에 7대륙 최고봉을 모두 오른 산악인은 허영호(52·95년 11월12일 35번째, 칼스텐츠 등정), 박영석(43·2002년 11월25일 74번째, 칼스텐츠·코시어스코 등정), 오은선(39·2004년 12월19일, 코시어스코 등정) 3명. 오은선씨는 2002년 엘브루즈, 2003년 매킨리, 2004년 아콩카구아·에베레스트·킬리만자로·코시어스코에 이어 빈슨매시프에 성공, 7대륙 최고봉 등정에 성공했으나, 완벽을 기하기 위해 3월 초 칼스텐츠에 도전한다.
현실적으로 등산인들은 도전 가능한 봉을 5대륙 최고봉을 꼽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칼스텐츠와 빈슨매시프는 높이와 난이도 면에서 에베레스트보다 한참 낮지만, 비용은 에베레스트 못지않게 많이 들기 때문이다. 두 봉 모두 대행사를 통해야만 등반이 가능한데, 빈슨매시프는 1인당 27,500달러, 칼스텐츠는 12,500달러의 비용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현지까지의 교통비와 체류비가 더해진다.
더욱이 칼스텐츠는 2002년 5월 이후 공식적인 허가가 나지 않다가 지난 연말 외국 원정때 한 팀이 등반하고 이후 또다시 등반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오은선씨는 김영미씨와 함께 올 1월 인도네시아까지 갔으나, 인종간의 갈등에 인한 총격사고의 위험 때문에 포기해야 했다.
▲ 2003년 봄 북릉~북동릉 루트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서울시련-티벳 합동대 박종관-구은수 대원(왼쪽).
박종관씨(바름산악회)는 5대륙 최고봉을 올랐다. 전문등반활동을 펼치고 있는 박씨는 1996년 매킨리(캐신리지), 1999년 아콩카구아(동면 폴란드 직등루트), 2000년 엘브루즈, 2003년 에베레스트(노스콜 루트), 2004년 킬리만자로(마차메 루트) 등 비교적 난도 높은 루트로 최고봉들을 올랐다. 매킨리와 아콩카구아를 등정하고 엘브루즈까지 오르고 나서야 5대륙 최고봉 등정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는 박씨는 올 봄 낭가파르밧을 겨냥하고 있다. 그리고 내년쯤 남은 대륙 최고봉에 도전할 계획이다. 이제 그의 목표는 7대륙 최고봉 등정이 확장된 것이다.
지난 12월28일 킬리만자로를 등정한 손영조씨(40·남원 큰바위산악회)는 5대륙 최고봉 등정을 꿈꾸고 있다. 95년 국립공원관리공단에 입사해 지리산 북부관리사무소에 근무중인 손영조씨는 2001년 엘브루즈에 이어, 2003년 아콩카구아, 2004년 매킨리, 그리고 지난해 말 킬리만자로 등 1~2년에 한 차례씩 대륙 최고봉을 오르고 있다. 그의 꿈은 2007년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라 5대륙 최고봉 완등자가 되는 것이다.
손씨는 “2000년 초오유 등반에 실패하고 돌아올 때 기왕 산에 다닐 거라면 목표가 있는 게 나을 것 같아 5대륙 최고봉 등정을 계획하게 됐다”며, “직장생활을 하면서 장기간의 시간을 내야하고, 경비 또한 자비로 충당해야 하기 때문에 한 번 갈 때마다 어려움이 많다”고 말한다. 평소 인터벌트레이닝과 마라톤, 산행 중 하중훈련 등으로 체력을 다지고 있는 손씨는 홈페이지(
등반기술과 강한 체력 기본적으로 갖춰야
김영미씨(26·강릉대 OB)는 7대륙 최고봉 완등을 목표로 전력 질주 중이다. 2003년 브로드피크-가셔브룸2봉 원정으로 고산등반을 처음 접한 김씨는 2004년 엘브루즈와 빈슨매시프, 2005년 매킨리를 등정한 데 이어 지난 1월2일 아콩카구아를 등정, 이제 에베레스트와 칼스텐츠, 킬리만자로를 남겨놓고 있다. 에베레스트는 올 봄 박영석씨의 횡단등반대 대원으로 합류하고, 가을철에는 대학 선후배들과 함께 킬리
만자로에 오를 계획이다. 오은선씨와 함께 두 차례나 시도한 바 있는 칼스텐츠는 올 3월 초나 여름에 도전할 생각이다.
매킨리 등정 이후 7대륙 최고봉을 꿈꾸게 됐다는 김영미씨는 “고봉을 하나 하나 등정하는 과정도 즐겁지만, 그 산을 오르기 위해 새로운 대륙을 찾고, 새로운 문화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무척 즐거운 일”이라고 말한다.
전문 산악인들 외에도 5대륙 또는 7대륙 최고봉 완등을 꿈꾸는 이들은 기업가에서부터 종교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단순한 도보산행 경험만 가지고 대륙 최고봉에 도전한다는 것은 무모한 행위라는 게 전문 산악인들의 지적이다. 특히 매킨리, 아콩카구아, 에베레스트와 같은 사고율이 높은 산들은 기술을 쌓고 육체적인 단련과정을 반드시 거친 다음에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꿈의 도전 7대륙 최고봉 등정의 길을 알아본다. -
[글/ 한필석 기자 /월간 산, 437호 0503.]
[사진/ 대한산악연맹 7대륙원정대, 박영석, 오은선, 김영미, 박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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