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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의 100세 일기

빠꼼임 2020. 1. 20. 10:26

[아무튼, 주말] 자식에 특혜 주는 게 사랑인가 평생 '양심의 전과자'로 살게 돼            

  •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김형석의 100세 일기]

/일러스트= 이철원
/일러스트= 이철원
모두 믿고 있었던 교육계에서 부끄러운 사건들이 벌어졌다. S여고의 선생이 두 딸에게 시험문제를 미리 알려 주었다는 보도가 전해졌다. 어느 대학의 교수는 연구 업적을 자녀와 공동 연구한 논문이라고 발표한 사례도 있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 아버지는 교육의 본질을 저버리는 과오를 범했다. 수준이 낮은 부모는 자녀에 대한 욕심을 교육이라고 착각한다. 지혜의 결핍이다. 자녀에 대한 진정한 사랑은 아들딸이 40~50대 성년이 되었을 때 어떤 인격을 갖추고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인격적 사랑을 베푸는 것이다. 어리석은 학부모나 선생이 이기적 욕심에 빠지게 되면 자식을 일생 동안 '양심의 전과자'로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내 큰아들이 초등학교 졸업반일 때였다. 나는 그 애를 대광중학교로 보내고 싶었다. 그런데 그해에 대광중학교는 제2차로 입학시험을 보게 되었다. 아내가 담임선생을 찾아가 상의했다. 담임선생은 성적순으로 1등부터 11등까지는 입학 경쟁이 가장 심한 경기중학교에 지원하기로 결정했다면서 11등인 내 아들도 보내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반에서 결국 경기중에 합격한 학생은 1등과 우리 애뿐이었다. 내 아내가 잘 아는 다른 학부모를 만나 그 얘기를 했더니 "그 애는 '어머니 점수'가 없었으니까 자기 실력이었을 겁니다"라는 것이다. 아내는 학교에 찾아간 적이 없다. 어머니들 치맛바람이나 욕심이 애들을 불행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내 선배인 C 교수는 아들이 연세대를 졸업할 때까지 자기가 어느 교수의 아들이라는 말은 절대 안 하기로 약속을 받은 일이 있다. 당시에는 대학 규모가 작았기 때문에 다른 교수들이 어느 교수의 자녀라는 것을 쉬 알고 지내던 때였다. C 교수는 아들이 사사로운 대우를 받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이다.

나도 아들딸이 연대를 다녔다. C 교수와 같이 두 애에게 아버지가 누구라는 것은 말하지 않기로 했다. 내 후배 교수나 조교들에게 수강생 중에 우리 애가 끼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 학생들은 실력을 공정히 평가받고 자기 위상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또 그런 자세가 젊은이다운 기상이 된다.

두 애 중 하나는 후에 연세대 교수가 되고 딸애도 미국에서 교수가 되었다. 모든 부모는 자녀들을 운동경기장에 출전시킨 선수와 같이 대해주어야 한다. 그것이 애들을 위하는 책임이다.

수능시험을 끝내
고 나니까 자녀들을 데리고 입학 설명회에 참석하는 어머니를 많이 본다. 나와 내 아내는 그런 모임에 가본 적이 없다. 요즘 입시 제도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모르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했으면 이미 성년이다. 자신의 앞길을 위한 선택과 책임은 스스로 감당할 수 있도록 뒤에서 도와야 한다.

입학기를 앞두고 있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2/07/201812070165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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