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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의 100세 일기

빠꼼임 2020. 1. 20. 10:29

[아무튼, 주말] 막내딸의 아들이 결혼했다… 미국으로 축의금을 보냈다

조선일보
  •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김형석의 100세 일기]

[김형석의 100세 일기]
일러스트=김성규
100세 넘으면 무슨 돈으로 사나?

미국에 사는 막내딸의 아들이 지난 주말 결혼했다. 그 애가 어렸을 때 자동차 옆자리에 앉아서는 "할아버지 귀를 만져보고 싶다"고 했다. 그러라고 하면서 안아주었더니 싱긋 웃었다. 내가 "이쪽 귀도"라면서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두 손으로 내 두 귀를 잡아보며 좋아하던 옛날이 있었다.

그 애가 자라 의과대학 공부를 마치고 전문의 시험을 통과했다. 병원에 근무하게 되었고, 결혼도 하는 것이다. 결혼식에 참석할 수 없어 얼마 안 되는 축의금을 보냈다.

오늘 아침에 막내딸에게 전화가 왔다. 아버지에게 생활비라도 보내드리고 싶은 마음인데 애들을 위한 사랑의 선물이라서 감사히 받겠다는 정성 담긴 목소리였다.

10년쯤 전이다. 막내딸의 언니인 셋째가 전화를 걸어왔다. 아버지에게 부탁이 있다기에 귀담아들었다. 사연은 예상 밖이었다. 한국의 어떤 아버지가 맏아들에게 유산을 물려주고 같이 살기로 했다가 뜻대로 안 되니 다른 아들 집으로 갔으나 돌보아 주지 않아 고생한 이야기, 잘 아는 은사가 사업에 실패한 아들의 보증을 섰다가 살던 집까지 차압을 당하고 늙어서 길거리로 나앉았다는 이야기 등을 하면서 내 노후를 걱정했다.

두 딸과 의사인 두 사위가 상의를 하였다. 내가 틀림없이 100세까지는 살 테니까 노후의 생계 문제에 잘 대처해 두라는 조언이었다. 자식들에게 유산 줄 생각도 하지 말고 꼭 챙겨 쥐고 살라는 것이다. "어머니가 있으면 걱정을 안 해도 되는데 아버지 혼자니까 염려가 된다"고도 했다. 내가 웃으면서 "그렇게 하겠다. 그러나 100세까지야 살겠느냐?"고 했더니, 그래서 걱정이라는 것이다. 틀림없이 100세를 넘긴다는 얘기였다.

사실은 내게도 걱정이 있었다. 자녀들에게 주고도 싶고, 맡기고 나면 편하기는 하다. 그러나 늙어서 자녀들 도움을 청하는 일은 더욱 부담스러워진다. 그렇다고 고령에 재산을 관리하는 것도 쉽지 않다. 처음에는 95세까지를 생각했다가 후에는 98세까지의 생활비는 준비해 두기로 했다. 그런데 어쩌다 보면 100세를 넘길 듯한 예감이 든다. 수입을 더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작년에는 두세 기관에서 상금을 받았다. 그 돈이면 3~4년은 걱정 안 해도 된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번 돈이 아니다. 내가 갖거나 나를 위해 쓰라는 돈이 아니다. 그래서 사회에 환원하기로 했다.

100세 이후 여생에 필요한 생활비는 남겨두었다. 오래 살기 위해서라도 주어지는 일을 계속 해
야겠다. 열심히 벌어서 내 힘으로 살다가 남는 재산이 생기면 필요한 곳에 주고 가려 한다. 재산은 소유하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값있게 쓰기 위해 주어진 것이다. 참다운 의미의 부자는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 사회에 많이 주는 사람이다.

남은 세월 열심히 일하겠다. 수입이 생기면 나를 위해서는 적게 갖고 이웃을 위해서는 많이 주는 생활을 이어가기로 하자.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1/16/201811160164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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