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반의 내용은 지난 50년 동안 거의 변화가 없다. 우유 한 잔, 계란 하나, 토스트 반 조각, 호박죽 조금, 과일, 커피 반 잔이면 된다. 90세를 넘기면서부턴 그 양이 조금씩 줄고 있으나 빼놓지는 않는다.
장수하는 사람들은 소식(小食)을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일부러 소식하는 것은 아니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활동량이 적어질 뿐 아니라, 위의 기능도 약해지기 때문에 자연히 식사량이 점차 줄어든다. 백수가 되고부터는 더 먹으라고 권해도 사양하게 된다. 나는 밀가루, 감자, 쌀을 가리지 않고 식사를 한다. 그러나 빵과 감자로 식사를 하다 보면, 온종일 쌀을 먹지 않는 때도 있다.
또 건강과 장수를 위해서는 육식보다 채식이 좋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음식물에서 다양한 영양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지금도 육식, 생선, 채식을 가리지 않는다. 일을 하기 위해서는 고기류가 필요하며 또 먹고 싶어진다. 먹고 싶은 음식을 먹어야 몸의 필요에 응답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점심은 집에서 먹기도 하지만, 외식을 자주 하는 편이다. 혼자 지내기 때문에 점심을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때로는 내가 초청하기도 한다. 양식, 중국 음식, 일본 식당을 돌아가면서 찾아간다. 내게는 그 식사가 하루의 주식이 된다. '외식은 사치'라고 여기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선택에 따라서는 가정 식사와 큰 차이가 없다. 그리고 사회경제를 위해서는 절약과 저축이 미덕이라는 생각에서 좀 벗어나는 것이 좋다. 돈이 돌아야 경제도 돌기 때문이다. 나같이 늙은 사람들도 여유만 있으면 아름다운 소비가 값있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
나에게 가장 아쉬운 것은 저녁 식사를 식당에서 혼자 하는 일이다. 몇 해 전에는 저녁 식사를 하는데, 봉사하는 여직원들이 "사모님하고 같이 오시지 왜 혼자 다니세요?" 라고 물었다. 내가 할 말이 없어서 "어떻게 지내다 보니 결혼이 늦어서 그렇다" 고 했더니, 한 여직원이 "그러셨구나! 늦어도 너무 늦었다"고 해서 혼자 웃었다. 그 직원들도 비가 오는 저녁 시간에 늙은이가 혼자서 식사하는 것이 쓸쓸하게 보였던 모양이다.
나는 50대 후반이 되면서부터 식사가 건강과 가장 가까운 관련을 갖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