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6.12.31 03:03
[새해를 준비하는 책5]
[편집자 레터]
내일부터 2017년. 한 해를 마감하고 새해를 엽니다. 2017년을 준비하는 다섯 권 독서를 제안합니다.
2016년 조선일보 올해의 저자인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와 소설가 정유정은 논어와 셰익스피어를 추천합니다. '100세 시대' 철학자는 동양 고전에서 길을 찾고, 스릴러의 장인(匠人)은 셰익스피어 진위 논쟁을 통해 편견의 위험을 경고하죠. 분야별로 안배했지만, 과학만은 특별히 필자를 두 분 모셨습니다. 물리학자 김상욱 부산대 교수와 진화심리학자 장대익 서울대 교수입니다.
희망적 미래는 올바른 선택에서 비롯됩니다. 엄밀한 물리학자는 틀리지 않고 올바르게 선택하는 방법을, 유연한 진화심리학자는 미래에도 바뀌지 않을 인간 본성을 들려줍니다.
국립외교원은 2017년 세계 전망에서 '초(超)불확실성의 시대'를 언급했다죠. 아이켄그린 미 버클리대 교수가 창안한 이 개념은 차라리 40년 전 갤브레이스의 '불확실성의 시대'를 부러워합니다. 그때만 해도 확실한 시절이었다는 거죠. 마지막으로 국립외교원 인남식 교수의 추 천 도서는 '지리의 힘'. 초불확실성 시대 세계 정세 이해를 도와주는 친절한 정치 외교 참고서입니다.
2016년 조선일보 올해의 저자인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와 소설가 정유정은 논어와 셰익스피어를 추천합니다. '100세 시대' 철학자는 동양 고전에서 길을 찾고, 스릴러의 장인(匠人)은 셰익스피어 진위 논쟁을 통해 편견의 위험을 경고하죠. 분야별로 안배했지만, 과학만은 특별히 필자를 두 분 모셨습니다. 물리학자 김상욱 부산대 교수와 진화심리학자 장대익 서울대 교수입니다.
희망적 미래는 올바른 선택에서 비롯됩니다. 엄밀한 물리학자는 틀리지 않고 올바르게 선택하는 방법을, 유연한 진화심리학자는 미래에도 바뀌지 않을 인간 본성을 들려줍니다.
국립외교원은 2017년 세계 전망에서 '초(超)불확실성의 시대'를 언급했다죠. 아이켄그린 미 버클리대 교수가 창안한 이 개념은 차라리 40년 전 갤브레이스의 '불확실성의 시대'를 부러워합니다. 그때만 해도 확실한 시절이었다는 거죠. 마지막으로 국립외교원 인남식 교수의 추
2016년 마지막 날까지 너무 진지했나요? 독서 애호가의 계절별 농담 한 토막이 있습니다. "겨울: 눈이 오네요. 나가지 말고 집에서 책이나 읽어야겠습니다. 봄: 알레르기가 있어요. 나가느니 집에서 책이나 읽는 게 낫겠습니다. 여름: 너무 더워요. 시원한 실내에서 책이나 읽으렵니다. 가을: 바람이 많이 불어요. 안에서 책을 읽는 편이 낫겠습니다."
일기(日氣)는 달라도 결론은 하나. 책은 당신을 좀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준다는 것. '논어' '빌브라이슨의 셰익스피어 순례' '틀리지 않는 법' '본성이 답이다' '지리의 힘', 이 다섯 권으로 예측 불가능한 2017년을 지혜롭게 돌파하시길.
[本性은 늘 그대로… 중요한 건 인간이다]
일기(日氣)는 달라도 결론은 하나. 책은 당신을 좀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준다는 것. '논어' '빌브라이슨의 셰익스피어 순례' '틀리지 않는 법' '본성이 답이다' '지리의 힘', 이 다섯 권으로 예측 불가능한 2017년을 지혜롭게 돌파하시길.
[本性은 늘 그대로… 중요한 건 인간이다]
진화심리학자 장대익 추천 '본성이 답이다'
전중환 지음|사이언스북스|256쪽|1만6500원
어쩌다가 나는 학생들을 특별히 괴롭히는 수업을 수년째 개설 중이다. 전공이 다른 학생 서넛이 조를 이뤄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해야 하는 수업이다. 거기까지는 괜찮다. 한데 그 문제를 자신들이 어떻게든 새롭게 발굴해야 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최근에 나는 이 수업에서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발견했다. 스스로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너무도 쉽게 다음과 같은 오류에 빠진다는 점이다. "기능을 만들면 사람들이 잘 쓰겠지!" 가령, 스마트폰에 소개팅 어플 같은 것을 만들어 깔면 당연히 사람들이 쓸 것이라 예상하는 식이다. 이런 착각에 나는 급기야 '기능집착증'이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하지만 짝짓기가 중요한 젊은이들에게도 그것은 진실이 아니다. 일단, 소개팅 어플의 품질과 상관없이 여성들은 절대(거의) 쓰지 않는다. 설령, 강력한 유인 요소 때문에 남성 사용자들이 득실댈지라도 정작 여성 사용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설령, 여성 사용자가 다소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운영자의 암약이거나 인공지능의 활약일 가능성이 높다(실제로 얼마 전 회원 정보가 해킹되어 문제가 되었던 모 데이트 사이트에서 여성 회원 상당수는 사람이 아니었다). 한갓 어플에서도 남녀의 진화된 짝짓기 전략 차이가 명확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언하곤 한다. 아무리 발랄한 기능을 만들어 놓아도 인간의 짝짓기 행동에 대한 (과학적) 이해에 기반을 두지 않는 소개팅 어플에는 파리만 날릴 것이라고. 인간의 마음과 행동의 작동 원리에 대해 관심이 없다면 구매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물건을 만들 수 없다고. 가령, 음향 기기 업체가 인간 귀의 분해능(分解能)을 넘어서는 고성능 스피커에만 집착한다고 해보자. 곧 망할 것이다. 하이터치가 없는 하이테크는 소비자에게 외면당한다.
전중환 지음|사이언스북스|256쪽|1만6500원
어쩌다가 나는 학생들을 특별히 괴롭히는 수업을 수년째 개설 중이다. 전공이 다른 학생 서넛이 조를 이뤄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해야 하는 수업이다. 거기까지는 괜찮다. 한데 그 문제를 자신들이 어떻게든 새롭게 발굴해야 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최근에 나는 이 수업에서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발견했다. 스스로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너무도 쉽게 다음과 같은 오류에 빠진다는 점이다. "기능을 만들면 사람들이 잘 쓰겠지!" 가령, 스마트폰에 소개팅 어플 같은 것을 만들어 깔면 당연히 사람들이 쓸 것이라 예상하는 식이다. 이런 착각에 나는 급기야 '기능집착증'이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하지만 짝짓기가 중요한 젊은이들에게도 그것은 진실이 아니다. 일단, 소개팅 어플의 품질과 상관없이 여성들은 절대(거의) 쓰지 않는다. 설령, 강력한 유인 요소 때문에 남성 사용자들이 득실댈지라도 정작 여성 사용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설령, 여성 사용자가 다소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운영자의 암약이거나 인공지능의 활약일 가능성이 높다(실제로 얼마 전 회원 정보가 해킹되어 문제가 되었던 모 데이트 사이트에서 여성 회원 상당수는 사람이 아니었다). 한갓 어플에서도 남녀의 진화된 짝짓기 전략 차이가 명확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언하곤 한다. 아무리 발랄한 기능을 만들어 놓아도 인간의 짝짓기 행동에 대한 (과학적) 이해에 기반을 두지 않는 소개팅 어플에는 파리만 날릴 것이라고. 인간의 마음과 행동의 작동 원리에 대해 관심이 없다면 구매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물건을 만들 수 없다고. 가령, 음향 기기 업체가 인간 귀의 분해능(分解能)을 넘어서는 고성능 스피커에만 집착한다고 해보자. 곧 망할 것이다. 하이터치가 없는 하이테크는 소비자에게 외면당한다.
이 하이터치는 어디서 배울 것인가? 그것은 우리의 행동에 대해 '왜?'를 던졌을 때만 도달할 수 있는 영역에 있다. 진화심리학은 이 '왜?'의 학문이다. 국내에서 이 분야를 선도적으로 개척해온 저자는 여기서 우리 사회와 문화의 민낯을 진화론적 관점으로 조명한다. 그의 유려한 해설은 훈훈한 사건들(모성·협력·인권 존중·선행·연애)뿐만 아니라 엄중한 사건들(폭력·차별·갑질·학대·성추행·성매매·살인)에까지 뻗친다.
저자는 탄탄한 이론들로 중무장했지만 독자는 지루하지 않다. 우리 주위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들을 다루고 있어서 흥미로운 것만도 아니다. 전문적 지식을 고급지게 풀어낼 수 있는 저자의 탁월한 능력 덕분이다. 게다가 간결한 그의 글은 상상력을 자극한다. 가령, 진화학 분야의 '값비싼 신호 이론(비싼 신호여야 신뢰를 준다는 이론)'을 통해 진정 어린 사과에 대해 설명하면서 그는 "무덤덤하고 굳은 얼굴로 사과하는 것은 꾸며낼 수 있지만 뺨이 붉어지고, 눈물을 흘리고, 말까지 더듬는 얼굴로 사과하는 것은 꾸며낼 수 없다"고 풀어낸다. 눈치 빠른 독자라면 31초 만의 눈 깜박임이 만들어낸 어떤 눈물을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그때 우리가 감동받지 못했던 이유를 상상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이 분석하고 있는 에피소드는 물론 과거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정확히 2017년의 것이기도 하다. 달력은 교체되어도 인간 본성은 그대로. 요동칠수록 변하지 않는 것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탄탄한 이론들로 중무장했지만 독자는 지루하지 않다. 우리 주위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들을 다루고 있어서 흥미로운 것만도 아니다. 전문적 지식을 고급지게 풀어낼 수 있는 저자의 탁월한 능력 덕분이다. 게다가 간결한 그의 글은 상상력을 자극한다. 가령, 진화학 분야의 '값비싼 신호 이론(비싼 신호여야 신뢰를 준다는 이론)'을 통해 진정 어린 사과에 대해 설명하면서 그는 "무덤덤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