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버드나무 우린 물
중국 투유유 교수는 잡초 개똥쑥에서 말라리아 특효 성분인 ‘아르테미시닌’을 뽑아내 201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3세기쯤 동진 시대 의학서에서 힌트를 얻어 연구를 거듭한 끝에 얻은 결과였다. 중국 언론들은 수상 당시 “지난 10년간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했다”고 했다. 그러나 개똥쑥 효과는 생약이 아니라 추출물에서 오는 것이다. 개똥쑥 자체로는 아르테미시닌 함량이 매우 낮아 효과를 보기 어렵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5일 ‘코로나 환자가 집에서 자체로 몸을 돌보는 방법’ 기사에서 일종의 자가치료 방법들을 소개했다. 그중 “금은화(花)를 한 번에 3~4g씩 또는 버드나무 잎을 한 번에 4~5g씩 더운 물에 우려서 하루에 3번 먹는다”도 있다. 금은화는 한반도에 흔한 인동덩굴을 일부에서 부르는 말이다. 흰색에서 노란색으로 변하는 꽃이 아름다워 서울 청계천에도 많이 심어 놓았다. 우리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도 꽃봉오리 말린 것이 해열에 효과가 있다고 나와 있다.
▶진통해열제 아스피린의 핵심 성분인 살리실산은 원래 버드나무에서 추출한 물질이다. 살리실산이라는 이름이 버드나무 속명 살릭스(Salix)에서 온 것이다. 그러나 복용했을 때 구토 등 부작용이 있었다. 독일 약리학자가 조팝나무에서 부작용이 없는 살리실산 성분을 찾아냈다. 독일 제약사 바이엘이 1899년 이 추출물을 정제해 알약 형태로 상품화한 것이 아스피린이다. 그런데 노동신문은 그냥 버드나무 잎을 우려 먹으라고 한다. 의미 있는 효과가 있을 리 없다. 뜬금없이 우황청심환을 하루 2~3번 더운 물에 타 먹으라는 소개도 있다. 코로나와 청심환이 무슨 관계인가. 아스피린이 없을 정도로 열악한 북한 보건의료가 그저 놀라울 뿐이다.
▶북한 발표 중 또 하나 주목할 것이 ‘약물 과다 복용’이다. 북한 발표를 믿기는 어렵지만, 코로나 사망자 42명 중 거의 절반인 17명이 약물 부작용으로 인한 것이라고 했다. 의약품이 절대 부족하니 주민들이 검증되지 않은 약을 마구 먹고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북한이 코로나 통계를 공개한 지 사흘 만에 발열자 규모가 100만명을 넘었다. 무섭게 퍼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 북한 당국이 외부에 지원을 공식 요청했다는 소식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북한에 백신을 포함한 의약품, 의료기구, 보건 인력 등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북한 정권에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으면 적극적으로 외부 지원을 받아 주민을 살려 놓고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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