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로] 故 조민호가 이루지 못한 꿈
평창올림픽 氷球 첫 골 조민호
꿈 못이루고 하늘의 별이 됐다
평창이후 기대했던 봄날 대신
끝없이 추락하는 현실 안타깝다
올림픽 첫 골의 주인공 조민호가 씩씩하게 얼음판을 누비는 모습을 더는 볼 수 없다. 그는 8개월여에 걸친 폐암 투병 끝에 지난해 6월 35세 한창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담배도 아예 하지 않는 등 누구보다 몸관리에 철저한 그였기에 충격과 안타까움이 더욱 컸다.
얼음판에서 지켜본 조민호는 늘 밝은 얼굴에 웃음이 사라지지 않는 청년이었다. 그러면서도 가끔 내놓는 한마디가 남들 열 마디 이상의 무게감이 있다고 해서 동료 선후배들은 그를 ‘유쾌한 주지스님’이라 부르며 따랐다. 공개적으로 특정 선수 칭찬을 좀처럼 하지 않는 백지선 평창 대표팀 감독이 선수들 앞에서 “진짜 프로”라며 유일하게 공언할 정도로 얼음판 안팎에서 자기관리도 철저했다.
그가 속했던 HL안양(안양 한라) 선수들은 3년 만에 재개된 아시아리그에서 ‘영원한 주장’ 조민호의 이름 석자를 마음 한편에 품고 뛴다. 부주장으로 조민호를 도왔던 후배 이돈구는 “안양빙상장 로비에 전시된 (민호) 형의 라커룸 유품과 링크 천장에 걸린 영구결번 유니폼을 바라볼 때마다 의지가 되고, 동기부여도 된다”며 “선수들 모두 형 얘기를 애써 안 하고 있지만, 우승 트로피를 형 영전에 바치겠다는 생각을 모두 하고 있다”고 했다. HL안양은 현재 일본의 다섯 팀을 제치고 중간 선두를 달린다.
하지만 한국 아이스하키가 마주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평창의 투혼을 지켜보고 스틱을 잡은 어린 꿈나무는 13세 이하 협회 등록 선수가 2017년 1883명에서 2022년 2455명으로 30%나 늘었다. 하지만 고교나 대학팀은 오히려 줄어들었고, 3개였던 실업팀도 최근 하이원의 해체 결정과 함께 HL안양 한 팀만 남게 됐다. 평창올림픽 당시 대표팀 성장 동력 역할을 했던 상무팀을 유지하겠다던 지난 정부 약속은 정권이 바뀌면서 아예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전폭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이 3연임 제한 규정에 따라 협회장에서 물러난 뒤엔 전례 없던 선수 등록비 제도를 만들 만큼 재원 조달도 쉽지 않은 듯하다. 살림살이는 어려운데 아이스하키와 인연이 없다시피 한 현 회장이 자기 이미지 관리에만 몰두한다는 소리마저 들린다. 어린 선수들이 자신들의 꿈을 키워나갈 자양분을 얻지 못하는 한 미래를 기대하긴 힘든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평창 레거시의 탄력을 받은 다른 겨울 종목의 잇단 낭보가 들려오는 가운데, 나 홀로 추락을 거듭하는 아이스하키의 현재 모습을 하늘의 별이 된 조민호가 지켜본다면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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