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현진의 돈과 세상] [111] 도광양회
차현진 예금보험공사 이사
입력 2023.02.22 00:00
과학자 갈릴레이는 학문에서만 천재가 아니었다. 처세술에서도 천재였다. 그는 자기가 개발한 군사용 나침반을 이탈리아 도시국가 곳곳에 뿌렸다. 두둑한 후원금을 기대한 것이다. 그런데 그 첨단 군수물자를 받은 군주들은 돈이 아니라 근사한 선물로 보답했다. 계획이 빗나갔다.
갈릴레이는 좀 더 확실한 방법을 찾았다. 1610년 자기가 만든 망원경으로 목성의 위성 네 개를 발견하자 그것으로 단단히 한몫 잡기로 했다. 목성의 위성이 지구보다 많다는 사실은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천동설을 의심케 했지만, 갈릴레이는 그따위 학술적 문제는 잠시 덮어두기로 했다.
당시 메디치 가문의 상징은, 모든 신의 우두머리인 주피터였다. 그 가문의 우두머리 코시모 1세에게 아들이 넷 있었는데, 하필 목성 즉, 밤하늘의 주피터도 네 개의 위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갈릴레이는 “무릇 모든 크고 위대한 존재는 자식이 넷인가 봅니다. 폐하가 세상을 다스리는 것이 우주의 질서요 법칙입니다. 이런 저의 발견은 우주적 사건입니다”라는 편지를 썼다. 그것을 읽고 흐뭇해진 권력자는 갈릴레이를 궁정 과학자 겸 수학자로 임명하고 고액의 연봉을 주기 시작했다. 이로써 갈릴레이는 돈 걱정에서 해방되어 연구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갈릴레이는 늘 자신을 낮추고 감췄다. 지동설조차 자기 생각이 아니라 시정잡배들이 항간에 떠드는 헛소리로 낮춘 뒤 ‘천문대화(天文對話)’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1632년 오늘이다. 유체이탈 화법의 그 책을 메디치에게 헌정했다. 나중에 종교재판이라도 벌어지면, 메디치에게 도움을 받으려던 속셈이었다.
스페인의 문호 발타사르 그라시안은 갈릴레이의 처신에 감탄하며 “주인보다 더 빛나지 마라. 신하가 군주보다 더 뛰어나게 처신하는 것은 어리석다”고 충고했다. 중국은 갈릴레이의 처세술을 도광양회(韜光養晦)라고 부른다. 조조 앞에서 유비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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