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지도 80만평, ‘서울링’ 말고 첨단 녹지 도시 세워야[한삼희의 환경칼럼]
서울링 입지로 하늘공원 검토한다는데
그곳 쓰레기산 걷어낸 후 ‘텅빈 백지’ 땅에
마리나베이도 시기할 세계적 新도시 조성하길
오세훈 서울시장이 작년 8월 싱가포르 방문 후 ‘그레이트 선셋’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한강 르네상스의 ‘시즌 투’ 프로젝트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싱가포르의 관광 복합단지 마리나베이를 벤치마킹한 것이 많다. 물 위에 뜬 무대와 강변 객석, 레이저쇼가 벌어지는 수퍼트리와 비슷한 낙조(落照) 전망대, 발 아래 수면을 보면서 한강 위를 걷는 스카이워크, 물이 강으로 곧바로 떨어지는 것 같은 강변 인피니티풀 등이 그렇다. 마리나베이의 대관람차 ‘싱가포르 플라이어’를 본뜬 서울링도 그중 하나다. 165m 고도까지 올라가는 회전 관람차에 타고 한강의 석양을 감상한다는 것이다.
한강은 서울의 관광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경관 자원이지만 실제 활용도는 안타까울 만큼 미흡하다. 뭣보다 강변도로로 시민 접근이 차단돼 ‘닫힌 강’이라는 한계가 있다. 수달도 사는 맑고 커다란 강인데도 요트, 유람선, 수상스포츠를 거의 볼 수 없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마리나베이에서 바라보는 싱가포르 마천루 빌딩군(群)의 예술적 스카이라인도 한강엔 없다. 상하이 황푸강 산책로에서 보는 푸둥의 네온사인 경관 같은 것도 없다. 아파트만 즐비하다.
서울시는 그레이트 선셋의 랜드마크가 될 서울링의 입지를 난지도 하늘공원과 한강대교의 노들섬 중 한 곳으로 정하겠다고 지난 연말부터 밝혀왔다. ‘하늘공원 유력’ 분위기가 있다고도 한다. 하늘공원은 1978~1993년 15년간 쓰레기를 쌓아 만든 두 개 거대 매립 동산 중 하나다. 서쪽 노을공원에는 파크골프장이, 동쪽 하늘공원엔 생태공원이 조성돼 있다.
하늘공원은 평지보다 90m 높은 고지여서 서울링의 시야가 훨씬 트인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하늘공원에 오르려면 291개 계단을 밟아야 한다. 결국 도로와 에스컬레이터 등 인프라가 필요할 것이다. 터미널도 지어야 한다. 식당 같은 부속 시설도 필요하고 상하수 설비도 들어가야 한다. 서울링을 그곳에 세우면 하늘공원은 영구적 놀이공원으로 자리 잡게 된다.
하늘공원을 그런 용도로 쓰기엔 아깝다. 더 큰 포부를 품어야 한다. 매립 쓰레기를 걷어내고 거기에 첨단 도시를 짓자는 것이다. 이미 그런 아이디어가 있었다. 1994년 건설회사들이 작성한 ‘난지도 구상’이란 28쪽짜리 요약 보고서에 9200만㎥ 쓰레기를 걷어내자는 제안이 담겨 있다. 난지도 쓰레기의 3분의 2는 폐건설자재·연탄재·복토재로 이뤄져 있다. 나머지는 대부분 일반폐기물이고 산업폐기물·하수슬러지가 3% 들어 있다. 이것들 가운데 분해가 덜 된 가연성 쓰레기는 선별 소각하고, 나머지는 서해 간척지로 옮겨 매립토로 쓰자는 것이다. 경인아라뱃길을 거치는 바지선 운반이나 영종도까지 40㎞ 컨베이어벨트 이송 방안을 제시했다. 비용은 당시 화폐가치로 2조원대, 기간은 7년 소요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구상이 실현되면 주변 평화의공원, 난지천공원까지 합쳐 270만㎡(약 82만평)의 부지가 생긴다. 여의도 93% 면적의, 텅 빈 백지나 다름없는 땅이다. 싱가포르 마리나베이도 난지도 1.3배의 해안 간척 매립지에 조성한 것이다. 1992년 간척 완료 후 30년 사이 세계적 관광 단지로 우뚝 섰다. 마리나베이의 경관은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이 중심 역할을 한다. 쌍용건설이 지었는데, 2500개 객실의 세 개 호텔타워 옥상을 연결시켜 거대한 배가 빌딩 위에 떠 있는 모양의 스카이파크를 조성했다. 거기 올라보면 인피니티 수영장에다 고층빌딩 스카이라인과 싱가포르 항만을 가득 메운 선박들까지 경관이 정말 압도적이다. 백지의 땅이었기에 이런 미학적 설계가 가능했다.
‘하늘공원 위 서울링’ 아이디어엔 쓰레기 매립지였다는 스토리텔링적 요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왠지 재건축 아파트단지에 낡은 종전 아파트 한 동을 남겨놓고 과거를 두고두고 되새기자는, 전임 서울시장의 고상하지만 거부감을 일으키는 발상을 떠올리게 한다. 누가 굳이 한국의 후진국 시절 가난의 흔적을 구경하기 위해 난지도를 찾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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