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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 전쟁

빠꼼임 2023. 2. 22. 08:00

[만물상] 리튬 전쟁

입력 2023.02.22 03:08
 
/일러스트=박상훈

우주 빅뱅 순간 가장 먼저 탄생한 원소는 수소, 헬륨, 리튬 등이다. 이들이 원소 기호 1, 2, 3번을 차지했다. 밀도가 낮은 이 원소들 중 리튬은 전기를 전달하는 전도성 좋은 금속이면서도 매우 가볍다. 리튬의 이런 성질은 ‘리튬 이온 배터리’ 발명으로 이어져 전기차 시대를 열게 만들었다.

▶고대 그리스 의사들은 우울증 환자들에게 알칼리성 광천수를 많이 마시라는 처방을 내렸다. 각종 미네랄 성분이 심신을 안정시키는 효능이 있다고 막연히 생각했다. 광천수에 함유된 리튬이 약효의 주인공이란 사실은 1950년대 호주의 한 정신과 의사에 의해 밝혀졌다. 이후 우울증, 조증 치료에 ‘리튬 치료법’이 활용되고 있다. 산업재로서 리튬은 유리, 도자기에 먼저 활용됐다. 유리에 리튬을 첨가하면 녹는점과 점도가 낮아져 가공이 수월해진다. 리튬은 도자기 강도를 높이고 유약 색을 더 선명하게 만든다. 지금도 세계 리튬 수요의 15%가량은 유리·도자기 산업에 쓰이고 있다.

▶중국은 핵폭탄 개발 과정에서 리튬 강국이 됐다. 구소련은 중소 국경 지역인 신장의 리튬 광산을 개발, TV 브라운관용 유리 생산에 썼다. 이후 중소 관계가 얼어붙었다. 중국은 핵무기 개발에 나서면서 이 신장 지역의 리튬을 수소폭탄용 삼중수소 생산에 이용했다. 이런 노하우 덕에 중국은 리튬 개발·가공 분야 기술 강국이 됐다.

▶전 세계가 전기차와 리튬 배터리 생산에 나서자 남미의 ‘리튬 트라이앵글’이 자원 전쟁터가 됐다. 전 세계 리튬의 60%가량이 칠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등에 산재한 염호(鹽湖)에 매장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칠레는 900만t을 보유해 ‘리튬의 사우디아라비아’로 불린다. 염호란 안데스 산맥의 융기로 육지에 갇힌 바닷물이 3~4만년간 증발해 만들어진 소금 사막을 말한다. 소금 사막 아래엔 막대한 해수가 갇혀 있고, 1㎏당 1.5g의 리튬을 머금고 있다. 보통 바닷물의 1만배 이상 농도다.

▶휴대전화엔 리튬이 5g 들어가지만 전기차 배터리에는 60㎏까지 들어간다.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매년 전기차 4000만대분의 배터리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리튬 가격이 t당 1억원을 웃돌며 리튬 확보 전쟁이 가열되고 있다. 며칠 전 멕시코가 리튬 국유화를 선언했다. 남미 3국은 OPEC(석유수출국기구)을 본떠 ‘리튬 OPEC’을 만들어 ‘하얀 석유’를 무기화하려 한다. 배터리 산업을 제2의 반도체로 키우려는 한국 앞에 또 하나의 험난한 도전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