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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갑산 아낙네’도 걸었다

빠꼼임 2023. 2. 22. 07:53

‘칠갑산 아낙네’도 걸었다...800만명 다녀간 이 다리

[My town] ‘칠갑산의 변신’ 도전하는 충남 청양

입력 2023.02.22 03:00
 
충남 청양군 정산면 천장리 칠갑산 동쪽 산기슭에 있는 천장호에 설치된 출렁다리를 지난 12일 관광객들이 건너가고 있다. 길이 207m짜리 출렁다리 중앙에는 청양의 특산물인 고추 모양 주탑이 세워져 있다. 관광객들은 출렁다리를 통해 호수를 가로지르며 칠갑산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신현종 기자

지난 17일 오전 충남 청양군 정산면 천장리 칠갑산 동쪽 산기슭에 자리한 천장호. 주차장에서 500m 걸어가자 호수를 가로지르는 출렁다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청양의 특산물인 높이 16m 고추 모양의 주탑이 세워진 출렁다리에 올라서자 다리의 흔들거림이 그대로 느껴졌다. 다리 중심 부분은 30~40㎝ 정도 흔들리게 설계된 천장호 출렁다리는 2009년 건설된 이후 작년까지 약 800만명이 다녀갔다. 천장호를 찾은 이태호(68·인천)씨는 “출렁다리를 거닐며 칠갑산의 경치와 유리창 같은 호수를 바라보니 마음도 편안해진다”고 말했다.

천장호 수변을 따라 둘레길을 걷다보면 아직 눈과 얼음이 녹지 않은 알프스마을이 나온다. 칠갑산 자락 아래 있는 알프스마을은 1월부터 지난 12일까지 ‘얼음분수축제’를 열었다. 축제가 끝났지만 15m 높이의 얼음 분수와 영화 ‘벤허’ ‘아바타’ 장면이 새겨진 눈조각은 그대로 남아있었다. 최진구(44·대전)씨는 “매년 겨울이면 알프스마을을 찾고 있는데 올 때마다 눈조각이나 시설에 변화가 있어 항상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25만명 찾은 칠갑산 알프스마을 축제

2008년 시작한 알프스마을의 얼음분수축제는 충남의 대표 겨울 축제로 자리 잡았다. 올해 축제에는 25만명의 방문객이 찾았다. 지난해 23만명보다 2만명 늘었다. 청양군 전체 인구 3만163명(1월 기준)의 약 8배가 넘는 관광객이 다녀간 것이다. 농한기 조용한 시골마을의 변신으로 청양군 지역 경제도 활기가 넘친다. 황준환 알프스마을 대표는 “관광객들이 축제 초창기에는 칠갑산을 들렀다가 알프스마을을 찾았다면, 이젠 우리 마을에 들렀다가 주변 명소를 찾고 있다”며 “마을의 발전뿐만 아니라 청양군 전체의 관광산업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청양군은 ‘충남의 알프스’라 불린다. 전체 면적 479㎢의 320㎢(67%)가 산림 지역이다. 청양의 명산이자 ‘콩밭 매는 아낙네야~’로 시작하는 유명 대중가요의 제목으로 잘 알려진 칠갑산의 수려한 산세 때문에 이 같은 별칭이 붙었다. 인구 3만명대 청양군은 인구 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산림 자원을 활용한 관광산업 육성에 본격 나서고 있다. 칠갑산을 중심으로 체험, 휴양이 가능한 관광 인프라를 갖춰 관광객을 끌어모으겠다는 것이다. 김돈곤 청양군수는 지난 1월 읍·면 지역을 순방하는 자리에서 “2026년까지 707억원을 들여 문화관광 휴양 시설을 갖추고 연간 관광객 500만명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청양군은 우선 칠갑산 천장호 생태관광 기반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알프스마을과 인접한 천장호에는 지난해 이색적인 시설이 생겼다. 지상에서 10m 높이에 그물망으로 만들어진 ‘에코워크’다. 별도의 장비 없이 흔들리는 그물망을 거닐며 천장호를 내려다볼 수 있는 시설이다. 청양군은 얼음 분수 축제 때 교통 정체가 빚어지는 천장 휴게소부터 알프스마을 입구까지 1.4㎞ 도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천장호 주변에는 역사공원도 만들 방침이다. 조재희 청양군 관광정책팀 주무관은 “알프스마을과 천장호를 하나의 권역으로 묶어 시너지를 거두는 것이 목표”라며 “겨울철 잠시 운영을 중단했던 에코워크가 3월 중 다시 개장하면 또 다른 즐거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충남 청양군 칠갑산 서북쪽 자락 칠갑호에 건설을 추진 중인 ‘칠갑타워’ 조감도. /청양군

◇칠갑호 수면 위 걷는 스카이워크도 만들 예정

청양군은 칠갑산 서북쪽 자락에 위치한 농업용 저수지 ‘칠갑호’의 변신도 계획하고 있다. 369억원의 예산을 들여 2026년까지 진행하는 ‘칠갑호 지구 관광개발 사업’이다. 이 사업을 통해 그동안 드라이브나 산책을 하며 눈으로만 즐기던 호수에 다양한 체험 시설물을 설치하기로 했다. 대표 체험 시설은 ‘칠갑타워’와 ‘수상 스카이워크’다. 연면적 2722㎡의 6층 건물(높이 24.6m)로 지어지는 칠갑타워에는 미디어 영상관과 전망대, 카페 등이 들어선다. 카페에서는 청양의 대표 특산물인 ‘청양고추’ 등을 활용한 매운 음식을 맛볼 수도 있다.

칠갑타워 5층에는 칠갑호 중앙까지 걸어가는 100m 길이 출렁다리가 연결된다. 호수 중앙에는 수면에서 54m 높이의 수상 스카이워크를 만든다. 스카이워크 바닥은 유리로 만들어 호수를 내려다볼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고창호 청양군 관광정책팀 주무관은 “호수 위에서 캠핑을 즐길 수 있는 수상캠핑장과 모노레일 등도 구상 중”이라며 “칠갑타워와 스카이워크가 만들어지면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칠갑산 남쪽 천년 고찰 장곡사를 중심으로 한 장곡지구에는 지난해 4월 ‘알품스 공원’이 문을 열었다. 생명의 근원인 알과 그 알을 품은 둥지를 표현한 공원이다. 1만3303㎡ 부지에 알 조형물, 미로 정원, 안개 분수, 수변 산책로 등을 만들었다. 봄에는 벚꽃과 영산홍, 여름에는 연꽃, 가을에는 단풍을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됐다.

김돈곤 청양군수는 “천장호, 칠갑호, 장곡사 등 칠갑산 주변 3개 권역을 집중 개발해 관광객을 끌어모으겠다”면서 “임기 중에 대형 리조트 투자 유치도 성사시켜 청양군을 중부권 대표 힐링·체험 관광지로 만들겠다”고 했다.

/청양=김석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