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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부동산·보험·연금 관리… 누구나 ‘AI 비서’ 부리는 시대 온다

빠꼼임 2023. 2. 22. 07:50

[최재붕의 메타버스 이야기] 주식·부동산·보험·연금 관리… 누구나 ‘AI 비서’ 부리는 시대 온다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
입력 2023.02.22 03:00
 
/일러스트=양인성

챗GPT의 등장은 인류에게 거대한 충격을 안겼다. 물론 거대한 변화가 가져올 부작용도 엄청날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분명한 것은 메타버스로 진화하는 디지털 문명에 예상보다 빨리 다재다능한 인공지능이라는 매우 강력한 개인 비서가 생겼다는 점이다.

인공지능 회사 오픈AI가 인간이 글을 쓰는 것처럼 텍스트를 만들어내는 인공지능 프로그램 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의 최신 버전 GPT-3를 2022년 내놓았을 때 많은 학자가 놀라움을 나타냈지만 일반인들의 큰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그러나 GPT-3를 이용해 채팅으로 대답하는 서비스 챗GPT를 내놓자 세상이 경악하게 된 것이다. 말하자면 엔진 개발만으로는 사람들이 이게 뭔가 신기하다고 생각하다 진짜 자동차가 등장하자 너도 나도 타보면서 놀라고 있는 셈이다. GPT-3라는 엔진으로 만든 또 하나의 프로그램이 달리2(DALLE2)라는 서비스다. 텍스트를 넣으면 그 내용에 맞는 그림을 멋지게 그려준다. 그 성능 또한 놀라워서 앞으로 디자인 분야에서 많은 일자리를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다양한 서비스가 이 GPT라는 엔진을 기반으로 만들어질 수 있을까? 데이터만 있다면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GPT-3는 1750억개의 파라미터를 적용한 딥러닝 프로그램이다. 파라미터가 많을수록 똑똑해진다. 그런데 올해 나온다는 GPT-4는 100조개의 파라미터가 적용된다고 한다. 더 똑똑해진다는 얘기다. 물론 학습을 위해서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 챗GPT가 한글 서비스에 취약한 것은 공부한 분량이 전체 데이터 중 1.5%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데이터의 학습이 가능할까. 대표적인 것이 건강검진 데이터다. 우리나라 국민만큼 건강검진을 성실히 수행한 나라는 많지 않다. 이 엄청난 데이터를 학습하면 몇 년 후 또는 몇 십년 후 당뇨병이 발병할 확률, 암이 생길 확률 등을 매우 정확한 수준에서 판단할 수 있다. 어떤 약이 가장 좋은지, 복약 지도도 가능하다. 이미 챗GPT는 미국 의사시험을 통과했다. 10년 후라면 충분히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이 될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적합한 보험료 산정도 할 수 있다. 10년간의 내 건강 데이터를 입력하면 들어야 하는 보험이 어떤 건지 쓰윽 알려준다는 얘기다.

나의 급여 데이터나 자산 데이터를 알려주면 부동산 투자는 어떻게 해야 할지, 주식투자는 어느 정도 해야 할지, 연금은 얼마나 준비해야 하는지 알려줄 수도 있다. 자율주행차도 결국 데이터 학습을 통해 사고를 피하는 똑똑한 인공지능이 될 수 있다. 테슬라가 각광받고 있는 것도 현재 돌아다니고 있는 차들이 계속해서 주행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학습 데이터가 어느 회사보다 풍부하기 때문이다. 결국 GPT라는 괴물이 보여준 가능성은 인류의 미래 생활과 일자리, 산업 생태계를 송두리째 바꿀 수 있다는 걸 암시하고 있다.

동시에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의 해결책까지 연결되어 있다. 고령화 사회로 인해 은퇴 후 생존 기간이 늘어나면서 의료와 복지 서비스의 증가는 피할 수 없는 문제다. 현 정부가 모든 국민의 고통 분담을 호소하면서 연금 개혁, 정년 연장 등을 추진하는 이유다. 그런데 인공지능 닥터가 감기 몸살 정도의 가벼운 증상은 처방해주고 데이터상 심각한 경우에만 의사에게 보낸다면 의료보험 수가는 크게 낮출 수 있다. 원격진료까지 더해진다면 환자도 원하는 의사를 만날 수 있고 의사도 더 많은 환자를 볼 수 있으면서 수가는 더 낮아질 수 있다. 의사가 부족한 지방 문제도 어느 정도는 해결할 수 있다.

노인 복지 문제도 유사하다. 시골에 혼자 사는 어르신이 인공지능 닥터에게 건강 상태를 매일 물어볼 수도 있고 적당한 운동도 추천받을 수 있으며 필요한 약도 제때 처방받을 수 있다. 병원이나 쇼핑을 가고 싶다면 주민센터에서 운영하는 자율주행차를 부르면 된다. 10년 후면 시속 50㎞ 이하로 운전할 경우 난도 높지 않은 지역에서의 자율주행은 사고 확률이 거의 없는 수준까지 가 있을 것이다. 혜택은 증가하고 비용은 크게 줄일 수 있다. 거기다가 약간의 메타버스 서비스를 더하면 인공지능을 친절한 개인비서처럼 활용할 수 있다. 사실 이 모든 서비스는 지금은 돈 많고 인맥 좋은 소위 특권층만이 누리는 서비스다. 이런 혜택이 적은 비용으로 국민 대다수에게 갈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2023년 현재 이 모든 서비스의 개발에 관해서는 이야기 꺼내는 것조차 금기시 되어 있다. 의사, 약사, 은행원, 택시기사, 금융서비스 종사자 등 모든 기존 산업계 일자리에 큰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속도라면 인공지능이 바꾸는 세상은 좋든 싫든 지구상 어딘가에는 10년 내에 반드시 오고야만다. 슬기롭게 길을 찾고 준비를 해야 우리가 주인이 되고, 우리 아이들의 새로운 삶의 터전이 된다. 두려움을 뚫고 미래를 준비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챗GPT, 혹시 당신은 써보았는가? 서비스 개시 두 달만에 사용자 1억명이 훌쩍 넘었다. 데이터는 지구가 이미 디지털 인류로 가득하다고 말하고 있다. 나도 탑승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