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권 정치인을 청산해야 하는 이유
[아무튼, 주말]
[서민의 문파타파]
민주당 586을 향한 한동훈의 이유있는 비판
1989년 10월 13일, 건국대 4학년 정청래는 주한 미국 대사관에 사제 폭탄을 투척한다. 과거 운동권 학생들이 미국 관련 기관에 테러를 저지른 경우는 여러 번 있었다. 1982년 문부식을 비롯한 고신대 학생들이 부산 미문화원에 불을 질렀고, 3년 뒤에는 허인회가 위원장인 삼민투라는 단체가 서울 미문화원을 점거하기도 했다.
운동권이 이런 행동을 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1980년 광주에서 벌어진 비극이 미국 책임이라는 것이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김일성이 1972년 주창한 ‘갓끈이론’에 충실해서였다. ‘선비가 갓을 쓰려면 끈 두 개를 매서 묶어야 하는데, 끈 하나는 미국이고 다른 끈은 일본이다. 남조선을 해방시키려면 두 끈 중 하나를 잘라버려야 한다’는 게 그 내용이었다.
1980년대 단파라디오로 황해도 해주에서 송신하는 북한의 지령을 받던 운동권들은 그래서 반미를 외쳤다. 대한민국이 미 제국주의의 식민지라는 게 그들의 논거였는데, 87년 6월 항쟁으로 직선제 개헌이 이루어지고, 이듬해 88올림픽이 성공적으로 개최되면서 반미투쟁은 점점 대중에게서 소외됐다.
좌파들이 반미에서 반일로 투쟁 노선을 바꾼 것도 이 때문인데, 반미가 철 지난 것으로 취급되던 1989년, 정청래가 쇠파이프와 사제 폭탄을 들고 미 대사관 담을 넘은 건 당시로서도 뜬금없는 일이었다. 시기도 시기지만 더 이상한 점은 직접 제작했다는 사제 폭탄 4발이 모두 불발됐다는 점. 산업공학을 전공한 것치고는 폭탄 제조에 영 성의가 없었던 모양이다. 그가 징역 2년이라는 가벼운 형을 받은 것도 폭탄이 불발된 덕분. 어쨌거나 소기의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면 출소 후 더 가열차게 학생운동을 했을 것 같지만, 그의 선택은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보습학원 강사, 그것도 영어 담당이었다.
“그 시절에 도대체 뭐 했냐?” 정청래 같은 586 운동권들이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게 걸핏하면 하는 말이다. 영화 ‘1987′이 말하는 것처럼 자신들은 대학생이 물고문으로 사망해도 숨기기 급급했던 당시 정권의 비리와 싸웠고, 그 결과 지금 같은 민주주의가 이루어질 수 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청래 사례에서 보듯, 대사관에 폭탄을 던지고, 북한 지령에 따라 반미를 외친 게 대한민국 민주화에 무슨 도움이 됐는지 당최 이해가 가지 않는다. 오히려 정청래는 그 일로 2년 징역을 산 덕에 30개월에 군기도 셌던 군복무에서 제외될 수 있었고, 경력을 포장해 국회의원까지 됐으니, 이쯤 되면 남는 장사 아닌가? 물론 감방 생활이 쉬운 건 아니겠지만, 정청래가 팟캐스트에 나와 ‘다른 죄수들 연애편지를 대필해 주며 편하게 지냈다’고 한 걸 보면, 남는 장사라는 표현이 과하지는 않을 것 같다.
21대 국회에서 병역이 면제된 이는 민주당 34명, 국민의힘 12명. 그중 정청래처럼 감방에 갔다 와 군면제가 된 이는 송영길, 윤호중, 이인영, 김민석 등 민주당에만 21명이다. 이들이 군면제를 위해 학생운동을 한 것은 아니겠지만, 당시 운동권에 군복무를 기피하려는 경향이 있었던 건 맞는 것 같다. 대표적인 예가 이광재 의원인데 첫 신검에서 현역병 판정을 받은 그는 이듬해 입대할 때 두 번째 손가락이 절단된 게 확인돼 면제 판정을 받는다. 처음에는 노동운동의 일환으로 위장 취업을 했다가 프레스에 절단됐다고 했지만 기자의 질문에 어느 회사인지 특정하지 못했고, 그 뒤 혈서를 쓰느라 잘랐다더니, 방송 토론회에서는 ‘우울해서 잘랐다’고 답변하는 등 계속 말이 바뀌었다. 잘린 손가락이 하필이면 방아쇠를 당기는 오른손 검지였기에, 병역기피를 위한 게 아니냐는 세간의 의심을 받았다.
지난 총선 때 광주에서 당선된 조오섭 민주당 의원도 검지 절단으로 군대를 안 간 사례. 총선 즈음한 토론회에서 그는 시청자에게 손가락을 보여 달라는 상대 후보의 요구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노동) 현장에 있으면서 아주 미숙한 몸놀림으로 프레스에 사고를 당했습니다. 후천적 장애인들에게 사과하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더 기가 막힌 점은 민주당 의원의 자녀 중에도 병역이 면제된 이가 14명으로 국민의힘(2명)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이다. 1988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병역이 면제된 이인영이 그 대표적인 예다. 그의 아들은 2013년 부정교합 치료를 사유로 검사를 한 차례 연기하더니, 2014년 2차 검진 때는 난데없이 강직성 척추염으로 5급 면제판정을 받는다. 척추에 염증이 생겨 관절 움직임이 둔화되는 병인데, 1차 때 없던 질병을 2차 때 제시한 것은 “현역 입영 의지가 강했다”는 이인영의 말과는 배치된다. 더 논란이 된 것은 그 이후 행적. 병명대로라면 지속적인 치료를 받아야 함에도 아들은 스위스에서 1년여 동안 유학 생활을 했고, 국내에 돌아와서는 카트레이싱을 즐기고, 맥주병이 담긴 상자를 번쩍 들어 올렸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하냐는 질문에 이인영은 “맥주 상자 무게를 확인해 보자”며 발끈했다. 학생운동으로 병역을 면제받고, 그 이력을 팔아 국회의원과 통일부 장관까지 된 것만으로도 운동권 시절에 대한 보상은 충분히 받은 것 같은데, 거기에 더해 아들 유학도 보내고, 세간의 의심처럼 병역면제까지 시켜줬다면, 대체 그 운동은 누구를 위해 한 것일까?
그런데도 부끄러워하는 기색도 없이 “그 시절 뭐 했냐”를 외치는 그들을 보면,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민주당을 숙주 삼아 수십 년간 386, 486, 586, 686이 되도록 썼던 영수증을 또 내밀며 대대손손 국민 위에 군림하며 가르치려 드는 운동권 특권 정치를 청산해야 한다”고 한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이 과업을 위해 한 위원장이 임명한 이가 바로 시민단체 길 대표인 민경우. 좌파 운동권의 대부였던 그는 저서 ‘스파이 외전’과 유튜브 활동을 통해 586 운동의 실체를 폭로해 왔다.
이에 불안감을 느낀 운동권 세력이 총궐기한 것은 당연한 일, 그들은 과거 민 대표가 찍었던 유튜브를 분석하고, 그중 건수가 될 만한 것들을 언론에 흘리며 민 대표를 ‘막말 유튜버’로 몰아갔다. 유튜브의 속성상 표현이 좀 세지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백번 양보해 그 말들이 적절치 않았다 해도, 그 공격의 주체들이 공직자 신분으로 형수에게 쌍욕을 한 이재명 대표를 대통령으로 만들려 한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결국 민 대표는 사퇴했지만, 새삼 깨닫게 된다. 운동권 청산이 꼭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한 위원장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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