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한국 병원 외국 의사
지난 2월 우리와 수교한 쿠바는 핵심 수출 품목이 의사라는 말이 있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8.4명으로 우리나라(2.6명)의 3배가 넘는다. 쿠바는 이 풍부한 의료진을 많은 나라에 파견해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2018년 기준 67국에 3만명의 의사를 파견해 약 110억달러(약 15조원)를 벌었다고 한다. 베네수엘라가 잘나갈 때는 의사를 보내고 그 대가로 석유를 받아오기도 했다. 하지만 의사 수입의 80% 이상을 쿠바 정부가 가져가는 것으로 알려져 인권 침해 시비도 일고 있다.
▶쿠바에서 일하는 의사 월급은 30~40달러 수준이라고 한다. 그래서 의사 수입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워 숙박 업소를 운영하거나 택시 기사, 웨이터, 관광 가이드 등을 겸하는 의사가 많다. 유튜브에는 쿠바에서 월급 3만원을 받고 일하던 여의사가 한국 공장에서 일하며 100배를 번다는 영상이 있다. 그래서 정부가 외국 의사 진료를 허용한다고 하니 “수교도 했는데 쿠바 의사를 들여오면 어떠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무상 의료의 나라 영국은 의사 처우가 낮아서 미국·호주·뉴질랜드·중동 등으로 나가는 의사가 많다. 이 빈 자리를 인도·파키스탄·이집트 출신 의사들이 채우고 있다. 2022년 기준 영국 전체 의사 중 외국 출신 비율은 42%다. 그런데 신규 채용 의사의 52%가 외국 의대 출신이다. 외국 의사가 전체 의사의 절반을 넘기는 것은 시간문제다. 영국만 아니라 많은 나라가 고령화로 의료 수요가 늘면서 의사를 수입하고 있다. 싱가포르도 서울대·연세대 의대 등 세계 50여 개 의대 졸업자에게는 바로 의사 면허를 내주고 있다.
▶정부가 외국 면허 의사도 국내 진료를 할 수 있게 하는 의료법 시행규칙을 입법 예고했다. 당장은 외국 의사보다는 외국 의대에 진학한 한국 학생들이 대상일 것이다. 국내 의대 진학이 하늘의 별 따기처럼 되자 헝가리·우즈베키스탄·필리핀 등으로 원정 유학을 간 학생이 많다. 하지만 이들의 국내 의사 고시 합격률이 33%에 그치고 있다. 외국 면허 의사들에게 진료를 허용하면 이들이 가장 먼저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외국 의사’ 하면 연수받으러 온 중동·중앙아시아 의사들이 떠오른다. 우리 사회에서 외국 의사들에게 진료를 받는다는 것은 아직 낯설다. 외국 의사가 와도 보건 의료 재난 경보 ‘심각’ 단계가 풀리면 돌아가야 한다. 그러니 지원하는 외국 의사가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언젠가는 ‘한국 병원, 외국 의사’가 낯설지 않게 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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