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부조금도 기계가 받는 세상 일러스트=이철원임권택 감독의 영화 ‘축제’엔 우리 옛 상가의 조문 풍경이 담겨 있다. 주인공의 노모가 별세하자 조문객들이 빈소를 찾아 슬픔에 빠진 아들을 위로하는데 겉보기엔 잔칫집이다. 술상이 차려지고 밤새도록 노름판이 펼쳐졌다. 한 세대 전만 해도 초상집 가면 술 마시고 화투 치며 밤샘하는 이가 많았다. 빈소가 쓸쓸해선 안 된다는 사회 통념이 만든 장례 문화였다.▶부조 봉투를 쓸 때는 격식을 차리고 정성을 다했다. 봉투에 사인펜이나 붓펜으로 賻儀(부의)라고 적었고, 속지에 위로 문구와 조의금 액수를 적을 때도 손 글씨로 정성 들여 썼다. 경조사에 빠지는 것은 큰 결례였다. 그러나 워낙 하객과 조문객으로 북적대다 보니 이런저런 사고도 적지 않았다. 축의금이나 부의금 ..